“엄마. 비 와!” 눈을 비비며 엄마에게 날씨부터 물었습니다. 국민학교 시절 소풍가는 날이나, 운동회 날 아침이면 입에서 맨 먼저 나오던 말이었습니다. 설레임에 잠을 못 이루고 이리저리 뒤척이다 가까스로 잠들어 늦잠을 자고 일어나 마루로 나왔습니다. 하늘은 어김없이 빗방울을 떨구거나 잔뜩 흐려 있었습니다. 찡그린 낯 색을 무겁게 드리웠던 하늘도 행사를 시작하면 이때다 싶게 빗방울이 굵어졌습니다. 어른들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학교 질 때 용이 삽날에 찍혀 죽었대. 그래서 용이 노해서 학교에서 큰일을 치르려면 비를 내린다는 구나.”
이 땅의 흔한 상룡(傷龍), 절맥(節脈)에 얽힌 전설(傳說)입니다. 이 전설은 중학에 들어가 다시 만납니다. 국어 교재에 실린 김동리의 단편소설 ‘황토기’입니다. 작가의 고향인 경주의 황토골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전설은 쌍용(雙龍)이 하늘로 올라가기 전 금기를 어겨 추락합니다. 소설은 두 장사인 억쇠와 득보가 치솟는 힘을 올바로 쓰지 못하고 허구헌 날 싸움질로 세월을 보냅니다. 운명론적 삶의 허무주의 입니다. 불세출의 장수 억쇠가 산골에서 무모한 힘겨룸으로 삶을 소비하다 허무하게 죽습니다. 후천개벽을 못 이루고 부모 손에 죽임을 당하는 ‘아기장수’ 설화와 일맥상통 합니다.
위 사진 이미지의 바위는 끝섬의 똥바위입니다. 이 바위는 사나운 태풍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사마귀’라는 이름을 가진 태풍은 서해 바다를 타고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왔습니다. 지옥의 문처럼 열린 태풍의 눈이 소용돌이치는 바다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황해도 상륙을 앞둔 태풍이 어쩐 일인 지 머뭇거렸습니다. 당랑거철. 수레바퀴에 겁 없이 달겨드는 사마귀의 이름을 가진 태풍은 뭍 상륙을 두려워하듯 애꿋은 끝섬에 이렛날 동안 바람과 폭우를 쏟아 붇더니 슬그머니 꼬리를 사렸습니다. 벼락을 동반한 폭우가 연일 퍼붓자 작은 섬 끝섬의 산 것들은 물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갔습니다. 태풍 사마귀가 끝섬을 짖이겼습니다. 태풍이 물러가고 오랜만에 햇살이 섬을 비추었습니다. 뱃터의 천길 벼랑이 무너지고 기묘한 생김새의 바위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후 섬에 들어 온 사람들은 이상하게 싸움질로 날을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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