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일 수 없고, 생각도 할 수 없으나 스스로 숨은 쉴 수 있는 상태를 '식물인간'이라고 한다. 아침 산책을 나섰다. 작은 섬을 지독한 안개군단이 포위했다. 가시거리가 고작 10여m를 넘어설까. 느리항․살꾸지항 첫 배는 모두 결항되었다. 반환점 바위벼랑이 코앞이다. 해안에 바투 다가선 산사면은 직각에 가까웠고 아까시나무가 군락을 이루었다. 담쟁이가 나무 꼭대기까지 줄기를 타고 올라갔다. 관목을 칡과 으름이 덮었다. 바야흐로 짙은 녹음을 덩굴식물이 평정한 것 같았다.제방을 덮은 시멘트 포장과 아까시나무 군락 사이의 좁고 긴 띠는 오랜 시간 해안에서 날려 온 모래가 쌓였다.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보라색 꽃이 눈길을 끌었다. 바닷가에서 짠물을 뒤집어쓰고도 잘 자라는 순비기나무였다. 우리나라 남해․서해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