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장 천왕문으로 발길을 옮기려는 나의 눈길에 왼쪽 얕으막한 산자락의 부도밭이 뜨였다. 아! 이런 세심한 손길이 손님을 편안하게 맞아주는 분위기를 만드는구나. 막돌로 2층의 축대를 쌓아 공간을 마련하고 부도를 모았다. 흙과 암키와를 한단씩 번갈아 쌓아올려 키낮은 담장을 조성하고 지붕을 얹었다. 정면이 트인 ∏ 담장안에 海眼堂, 觀海堂, 滿虛堂. 복발형부도 9개와 받침돌 1개가 뒤에 도열했다. 앞줄에 비 3개가 나란히 섰는데 중간에 위치한 것은 한국서화사의 보고 ‘근역서화징’ 위창 오세창의 글씨를 모각했다. 한눈에 보아도 세월의 이끼를 먹지않은 근세의 부도들이지만 눈길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다감한 손길이 느껴졌다. 부도는 고승들의 유골이나 사리를 안치한 석물로 선종이 발달한 통일신라 말기에 등장했다. 즉 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