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닥치고 정치 지은이 : 김어준 엮은이 : 지승호 펴낸곳 : 푸른숲 80년대 중반, 대학가의 지하 민속주점. 홀은 텅 비었고, 구석진 자리에 달랑 두 남자가 한 테이블에 앉아 막걸리 잔을 비우고 있었다. 안주는 도토리묵이다. 둘은 같은 학번이었지만 한 사람은 3학년이었고, 다른 사람은 1학년이었다. 예비역으로 같은 과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동기에게 표를 부탁하는 중이었다. 단과대 학생회장에 출마했기 때문이다. ‘뭐야! 새꺄. 이 깽깽이 새끼가 어디서.’ 테이블이 엎어지고 막걸리 잔이 허공을 날았다. 표를 부탁하던 남자는 졸지에 얼굴에 막걸리를 뒤집어 쓴 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고향을 묻길래 ‘전라도 광주’라고 대답하자마자 술잔이 날아 온 것이다. 지금 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