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 선창 2

대빈창해변 가는 언덕위 하얀집

외포항에서 오전 9시 10분에 출항한 1항차 객선이 주문도에 닿는 시간은 대략 10시 40분경입니다. 주문도는 조선 후기 임경업 장군이 중국에 사신으로 가면서 한양의 국왕께 하직인사 글을 올려 주문도(奏文島)라 불렸는데, 지금은 주문도(注文島)로 변했습니다. 배 닿는 시간은 물때에 따라 10여분 경 들쑥날쑥 합니다. 느리 선창에 내린 외지인들의 발걸음은 대부분 대빈창 해변으로 향합니다. ‘느리’는 산부리가 길게 뻗어나가 늘어진 곶(串)이 있는 주문도 선창의 자연부락 마을 입니다. 대빈창(待賓倉)은 옛날 중국 교역의 중간기항지로 중국사신과 상인 등을 영접하던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 입니다. 느리 선창에서 대빈창 해변으로 가는 길은 도로명 주소를 따라가는 길입니다. 왼쪽은 월파벽 너머 바닷물이 넘실거리고,..

귀토야생기(歸兎野生記) - 7

이미지의 토끼는 왼쪽은 선창 절름발이, 오른쪽은 대빈창 해변 토진이입니다. 녀석들은 가뭄과 추위의 올 겨울을 기특하게 이겨냈습니다. 녀석들은 친구를 잃고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절름발이의 단짝 털북숭이는 지난 정월 목줄이 풀어진 개의 본능에 난데없이 주검을 당했습니다. 절름발이는 혼자되어 대빈창가는 길 모퉁이 집 뜰 안에서 놀다 발붐 발붐 집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선창 길 월파벽 앞 논 한 필지가 용케 남았습니다. 길 아래 논 두둑은 아스팔트와 잇대었습니다. 절름발이가 마른 풀더미에 몸을 숨기고 해바라기를 합니다. 먹을 것이 궁해진 녀석이 논바닥의 짚과 벼 그루터기를 찾아 나섰습니다. 토진이는 외로움에 익숙해졌습니다. 녀석이 사석더미 뒤 산비탈에서 해바라기를 합니다. 야생의 겨울을 두 번 난 만큼 녀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