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는 때처럼 대빈창 해변 저녁 산책에 나섰다. 북유럽의 피요로드 해안처럼 볼음도의 실루엣이 바다로 길게 뻗어 나왔다. 소용돌이치는 검은 구름이 수평선으로 다가서는 일몰의 해를 집어삼켰다. 빠르게 흩어지는 구름 속에 중앙 상단의 낮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왼쪽 먹구름과 푸른 하늘이 만나는 지점에 무지개가 서렸다. 제주 바닷가의 용두암龍頭巖이 연상되었다. 자연주의 시인 다이앤 애커먼의 『나는 작은 우주를 가꾼다』를 잡다, 이 구절을 만났다. ‘폭풍우를 그린 영국 화가 터너는 자신을 돛대 위에 묶고 포효하는 폭풍우 속에 자신을 맡기면서 광분하고 용솟음치는 색깔을 몸으로 느꼈다.’(181-182쪽) 그렇다. 나의 뇌리에 떠오른 이미지는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