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천서원 2

천왕봉이 지켜보는 여정 - 11

덕천서원과 큰길을 마주보고 덕천강가에 남명선생 이전부터 있었다는 세심정(洗心亭)이 자리 잡았다. 잔 자갈이 깔린 강바닥을 흐르는 물소리가 제법 요란하다. 강변에는 드물게 상록수가 열지어 서 있어, 그 여백으로 보이는 정경이 풍치가 있었다. 답사여정중 만나는 정자마다 ‘출입금지’ 경고판이 여행객을 주눅들게 하지만 세심정은 누구나 마루에 오를 수 있다. 두폭의 마루를 잇댄 틈새가 벌어져 바닥이 내려다 보였다. 나는 세심정 마루에 쭈그리고 앉아 메모노트를 펴 들었다. 마루에는 촌로들의 베개인 토막과 걸레, 파리채가 구석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강가에서 불어오는 소슬바람에 땀을 들이며 나는 남명의 처사로서의 삶과 그 제자들의 국망의 기로에서 구국투쟁, 조선 역성혁명 세력에 의해 선죽교에서 피살된 고려의 마지막 신..

천왕봉이 지켜보는 여정 - 10

오히려 빼어난 주변 풍광을 거느린 농월정 주변은 사람이 눈에 뜨이지 않았다. 농월정은 계곡 건너편 울창한 소나무숲에 바짝 등을 기댔고, 면적이 무려 1,000여평 남짓이나 된다는 너럭바위를 안마당으로 삼았다. 이 바위를 달바위(月淵岩)라 부른다. 이 넓은 반석위에서 한줄기로 흐르던 물줄기가 바위골을 따라 여러 줄기로 나뉘고, 다시 한줄기로 합수 되었다. 또한 급하게 소용돌이치는 물줄기가 바위에 작은 소와 폭포를 만들었다. 정자는 자연석위에 12개의 기둥을 세우고 누마루에 난간을 걸친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추녀 네 귀에는 활주를 받쳤다. 이층누각으로 오르는 계단에는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었는데, 마구 들이닥친 인파들로 인해 몰골이 형편없었다. 세월을 먹은 나무기둥이 점차 삭아 아랫부분을 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