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춘분春分 정오正午가 조금 지난 시각, 몇 년만이었을까. 나는 녀석을 만났다. 점심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대빈창 사거리에서 봉구산으로 향하는 오른쪽 농로로 접어들었다. 야산아래 외딴집을 지나는데 무엇인가 알지 못할 느낌이 나의 시선을 땅바닥으로 향하게 했다. 그랬다. 콘크리트 바닥에 배를 붙인 녀석이 꼼짝 않고 내가 지나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놈은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몸의 피를 덥히고 있었을까. 도마뱀은 짧은 동강을 나타내는 ‘도막’에 뱀을 붙여서 만든 단어다. 분류학적으로 도마뱀(Smooth skink)과 뱀의 구분은 두개골의 모양과 눈꺼풀을 움직일 수 있는 여부로 판단한다. 뱀은 아래턱이 붙어 있지 않아 큰 먹이를 물 수 있지만, 도마뱀은 턱이 빠지지 않아 입 크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