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출판사 《돌베개》에서 1996년에 출간한 『답사여행의 길잡이 7 경기남부와 남한강』의 291쪽에 실린 도판 〈이규보 묘소 전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새삼스럽다. 기억은 믿을만한 것이 못 되었다. 나의 발걸음은 25여 년 전 지역신문에 『강화도 답사기』를 연재하며 이곳을 찾았었다. 달포 전 위 이미지를 잡으며 조상의 묘역을 새롭게 단장한 문중의 정성이 갸륵하다고 생각했다. 25년 전, 기억은 봉분 앞 상석과 석등 그리고 망주석(望柱石) 한 쌍뿐으로 묘역은 조촐하다 못해 쓸쓸했다. 그런데 책의 도판에 낮은 돌담장에 둘러싸인 유영각(遺影閣)과 사가재(四可齋)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 1168 - 1241)의 묘는 강화 읍내에서 전등사 방면으로 301번 지방도로를 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