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분해하셨습니다. 작년 초겨울, 우리집 뒤울안 화계花階에 심겨진 둥굴레가 고약한 누군가의 손을 탔습니다. 어머니는 여름 한철, 화계 꽃나무 주변 우거진 풀에 낫질을 하셨습니다. 풀숲에 숨어있던 뱀에 놀란 어머니가 낫질을 중동무이하는 바람에 잡풀에 숨어있던 둥굴레는 용케 도둑의 손길을 피했습니다. “내년 봄에 캐 차 끓이려고 했는데······” 2008년 11월 2일 나는 김포 한들고개의 옛집에서 어머니와 짐을 바리바리 꾸려 주문도 대빈창가는 언덕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다음해 봄 봉구산 외진 산사면을 타다 둥굴레 군락을 발견합니다. 포대에 둥굴레를 캐오자 어머니는 둥굴레 뿌리를 손질하여 얕은 불에 볶아 둥굴레 차를 끓이셨습니다. 잔챙이 뿌리를 마당가 텃밭 한구석과 화계에 심었습니다. 둥굴레의 번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