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순이가 죽었구나! 뒷집 형수가 저녁 반찬으로 꽃게무침을 가져오면서 어머니께 소식을 전했다. 재순이가 쥐약을 먹었는지 텃밭 구석에서 다 죽어가고 있다고. 토하고 입에 거품을 물었다고. 나는 생각했다. 뒤처리가 난감한 형수가 뒷일을 내께 부탁하는 것이라고. 그동안 뒷집 새끼 고양이들의 주검을 나는 봉구산 나무둥치에 묻어주었다. 내일 아침, 재순이를 아름드리 소나무에 수목장을 해야겠다. 형수는 한 달 만에 섬에 들어왔다. 대처 대학병원에 입원중인 형의 병수발로 집을 비우면서 고양이 건사를 부탁했다. 나는 아침저녁으로 산책에 나서면서 빌붙어 사는 길고양이 새끼까지 다섯 마리의 끼니를 챙겼다. 노순이, 노랑이, 흰순이는 광 안의 플라스틱 그릇에, 재순이와 길고양이는 시멘트 바닥에 사료를 부어주었다. 별명이 미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