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진중권의 Imagine 지은이 : 진중권 펴낸곳 : 씨네 21 북스 겨울 아침 햇살은 힘이 없었다. 우중충한 회색 구름떼에 낮게 짖눌려 신음하는 것처럼 보였다. 조조 상영은 놓치고 서너명의 일행은 오전의 2차 상영에 눈길을 모았다. 지겹기만 한 대한 뉴스가 더디게 흘러갔다. 근육질의 주인공이 적진 침투를 위해 아파치 헬기에서 몸을 날렸다. 낙하산을 펼치려고 했으나, 연결끈이 프로펠러에 말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주인공은 톱니 날이 두드러진 단검으로 생명줄인 낙하산 끈을 끊었다. 고공 3,000m 상공이었다. 스크린은 바뀌어 밀림에 짙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웃통을 벗어젖힌 주인공이 관객을 향해 뛰어왔다. 동굴에 숨어 든 주인공은 찢어진 이두박근을 스스로 꿰맸다. 일행은 감동에 겨워 숨소리조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