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분은 주말이었습니다.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여명이 터오기 시작했습니다. 창고 구석에 처박힌 헌 등산화를 꿰찼습니다. 목장갑을 끼고 텃밭에 내려섰습니다. 이슬이 펑하게 내렸습니다. 땅콩 줄기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뽑아 올렸습니다. 땅콩 꼬투리가 줄줄이 딸려 올라 옵니다. 땅콩은 캐는 시기를 잘 맞추어야 합니다. 너무 늦으면 꼬투리 줄기가 끊어져 수확이 번거롭습니다. 땅속에 숨은 땅콩을 호미로 캘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대로 땅콩 캐는 시기를 잘 맞춘 것 같습니다. 한 시간여 만에 두 이랑의 땅콩을 뽑아 두둑에 가지런히 줄을 맞추었습니다. 어머니의 손에 깔방석이 들렸습니다. 어머니가 뿌리에 엉킨 흙과 꼬투리를 털어내고 땁니다. 저는 땅콩 꼬투리를 집 앞 마당에 편 그물에 넙니다. 올 땅콩 농사는 풍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