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을 향해 속도를 높이는 전용관광버스. 나는 차안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아래 좌석을 통째로 차지했다. 팔걸이를 베개삼아 눈을 감았다. 투닥! 투닥! 빗방울 소리에 눈을 떴다. 방콕시내였다. 3일내내 끈덕지게 정수리를 내려 쪼이던 직사광선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세찬 빗방울이 아스팔트를 때렸다. 우기에 접어든 태국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스콜이었다. 염천 더위에 제 몸을 데우던 고층빌딩들이 시원한 소나기에 온 몸을 맡기고 있었다. 차량의 질주에 아스팔트에 고인 빗물이 물보라를 일으켰다. 시내 사거리. 신호등은 자기 할 일을 잊은 듯 지루하게 멈추었다. 차량 사이를 우리나라 퀵서비스의 아슬아슬한 묘기처럼 곡예운전하는 오토바이가 시선을 끌었다. 『DAE WON 1991』가죽제품 전문매장이었다. 한국 여성들이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