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메고 길나서다

코끼리는 사뿐히 걷는다 - 14

대빈창 2013. 12. 2. 03:09

 

 

방콕을 향해 속도를 높이는 전용관광버스. 나는 차안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아래 좌석을 통째로 차지했다. 팔걸이를 베개삼아 눈을 감았다. 투닥! 투닥! 빗방울 소리에 눈을 떴다. 방콕시내였다. 3일내내 끈덕지게 정수리를 내려 쪼이던 직사광선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세찬 빗방울이 아스팔트를 때렸다. 우기에 접어든 태국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스콜이었다. 염천 더위에 제 몸을 데우던 고층빌딩들이 시원한 소나기에 온 몸을 맡기고 있었다. 차량의 질주에 아스팔트에 고인 빗물이 물보라를 일으켰다. 시내 사거리. 신호등은 자기 할 일을 잊은 듯 지루하게 멈추었다. 차량 사이를 우리나라 퀵서비스의 아슬아슬한 묘기처럼 곡예운전하는 오토바이가 시선을 끌었다.

『DAE WON 1991』가죽제품 전문매장이었다. 한국 여성들이 대부분 매장의 주인이었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가오리․ 악어․ 코끼리 가죽으로 만든 각종 지갑류, 악세사리, 장식용 도자기들이 진열되었다. 방콕 시내는 비가 그쳤고, 어스름이 밀려 들었다. 태국전통 안마실로 들어서면서, 나는 현관의 콜레트콜(수신자 부담) 직통전화를 찾아, 어머니께 안부전화를 드렸다. “내일 아침이면 집에 가요.” 가운으로 갈아입고, 로비에 마련된 세면대에 일행은 일렬로 앉아 발을 안마사에게 맡겼다. 안마실 구조는 개방형이었다. 군대 내무반처럼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켠에서 마주보는 마루에 매트리스가 4장식 깔렸다. 세밀한 정성이 담긴 손길에 온 몸의 근육이 이완되었다. 참새처럼 재잘거리는 안마사들의 나이는 10대 후반이거나 20대 초반이었다. 그녀들은 체구가 왜소한데도 악력은 대단했다. 태국에서 제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왓포사원'에서 2년간 수료해야 자격증을 얻었다. 2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일행은 가이드의 귀뜀대로 4,000원의 팁을 손에 집어준다. 그녀들의 이구동성.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방콕의 밤거리는 빗물에 촉촉히 젖어들고 있었다. 악명높은 방콕의 교통 체증은 밤이 오자, 더욱 심각했다. 어두운 가로등 조명, 오토바이, 뚜뚝이, 각종 차량들로 도로는 북새통이었다. 퇴근길 오토바이 택시들의 무법천지였다. 아예 전진을 포기하고, 제자리에 멈추 선 차량 틈새로 뒷안장에 손님을 태운 오토바이 택시만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갔다. 삼거리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한 일행은 태국의 관광 먹거리문화에서 성공한 중국인이 운영한다는 일식요리전문점『東』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현관 기둥에 '동양일번',  '일본요리'라는 주련이 매달렸다. 각종 회류, 초밥, 육류, 해물 등 음식물이 다종다양했다. 우리는 식성대로 골라 맘껏 포식했다. 각종 음료와 얼음이 자판식 기계에 넣어져 편리했다. 손님이 들어서면 웨이터는 좌석번호가 매달린 집게를 한움큼 건냈다. 뷔페에 늘어선 각종 음식재료를 담은 접시에 집게를 물려 요리사에게 건네주고, 지정된 좌석에 앉았다. 얼마후 요리된 음식물이 웨이터의 손에 일행의 좌석으로 날라져왔다. 시간이 늦었는 지 드넓은 홀의 좌석은 썰렁한 기운마저 감돌았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