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메고 길나서다

코끼리는 사뿐히 걷는다 - 13

대빈창 2013. 11. 11. 07:42

 

 

조련사와 조수 2명이 무대에 등장했다. 조련사의 옷무늬는 호랑이의 얼룩과 같다. 원형 철조망을 따라 늘어선 탁자에 5마리의 호랑이가 걸터 앉았다. 올림픽 입상자의 시상대처럼 생긴 계단에 5마리의 호랑이가 각자 뒷발로 선채 관중에게 포즈를 취했다. 밀림의 왕다운 위엄은 사라졌고, 관중에게 애교를 부리며 부르짖는 포효는 오히려 측은했다. 바닥에 배를 깔고앉아 자기 순서를 기다렸다. 불붙은 3개의 링을 호랑이들이 연속으로 통과했다. 장애물을 점프하고, 뒷발로 선 채 관중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조련사와 포옹했다. 뒤이어 갸날픈 몸매의 2명의 여자가 옷입힌 원숭이 3마리를 데리고 무대에 등장했다. 원숭이의 박수치는 시늉. 한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원형 철조망을 자전거로 돌았다. 서커스하는 원숭이들. 높다란 지주대위에서 1마리가 물구나무 서기를 하고, 1마리는 지주대를 빠른 속도로 돌렸다. 이어 바스켓에 농구공을 던졌다. 손수레를 타고 끄는 2마리의 원숭이들. 외나무 다리를 물구나무 서기로 건넜다. 공연이 끝나고 철조망 틈새로 관중이 집어주는 지폐와 바나나를 챙겼다.

악어농장으로 가는 길. 눈에 뜨이는 야자수 큰 키 허리에 덴파레가 꽂혔다. 화분은 단단한 야자수 껍질이었다. 탁한 연못에 수십마리의 악어가 미동도 않은채 반쯤 물에 잠겼다. 허공 다리에서 장난 악어낚시를 했다. 장대에 달린 질긴 노끈에 털뽑힌 생닭이 묶였다. 악어 콧잔등 가까이에 미끼를 드리면 악어들이 저마다 입을 벌린채 점프했다. 재빨리 미끼를 공중으로 낚아챘다. 일행은 악어농장 입구 '한국식당'이라는 상호의 한식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큰 나무로 둘러싸인 벤치에 앉아 일행은 잠시 휴식을 취했다. 태국에서 열대성 집중폭우인 스콜을 아직 접하지 못했다. 시원하게 소나기라도 퍼부었으면 하는 바램은 아랑곳 없이 연일 폭염만 기승을 부렸다. 우리 민족의 분단 현실을 이국에서 느끼는 것은 서글펐다. 큰 나무에 반쯤 몸을 가린 입간판의 표기는 북한식으로 쓰였다. 『朝鮮餐廳』

일행은 방콕행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도로옆 파인애플농장. 파인애플 단일품목의 광활한 밭. 나는 남몰래 쓴웃음을 지었다. 파인애플은 나무에 달리는 열매가 아니라, 순무처럼 땅속에서 자라는 채소였다. 파종에서 수확까지 18년이 걸렸다. 얼마쯤 가자 한국인이 운영하는 '교민의 집'이 나타났다. 일행은 각자 선물을 마련했다. 나는 무좀약, 진주크림, 자연산 벌꿀, 은컵을 구입했다.

동양 최대의 보석가공․판매장인 V․S․K. 2층의 홍보영상실에서 원석 채취에서 하나의 보석으로 탄생하기 까지의 공정을 DVD로 관람하고 안내인의 설명을 들었다. 한국여성이었다. 설명에 의하면 회사의 직원은 400여명, 그중 한국인이 34명이었다. 국적별로 유니폼 색상이 달랐다. 한국은 검정제복이었다. 각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에게 상품을 설명하는 안내인을 국가별로 채용했다. 일행은 공정별 동선대로 안내인을 따라 2층부터 1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정에 지친 나는 피곤한 몸을 1층 커피숖으로 옮겼다. 작렬하는 태양을 피해 그늘속으로 숨어들고픈 오후나절. 뒤늦게 커피숖에 들어선 일행은 냉커피를 찾았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