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메고 길나서다

코끼리는 사뿐히 걷는다 - 11

대빈창 2013. 11. 6. 03:09

 

 

일행은 2만평 규모를 자랑하는 농눅빌리지로 이동했다. 먼저 태국전통민속쇼로 관람시간은 30분이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각국의 관광객들로 인해 길을 잃을 경우를 대비해 입구의 한 가게를 약속장소로 잡았다. 민속쇼는 태국 역대 왕조의 흥망성쇄를 오페라 형식으로 묶었다. 늘씬한 태국 미녀들이 전통 복장의 화려한 차림으로 공연했다. 공연장에 들어서면서 가이드가 일행의 행동요령을 환기시켰다. 뒤이어 공연되는 코끼리쇼는 인기가 좋으니, 그늘에 앉아 관람하기 위해서 민속쇼가 끝나기 5분전에 코끼리 쇼장으로 이동하라는 것이었다. 막간을 이용한 코믹 킥복싱쇼에 관람석은 박장대소했다. 나는 후덥지근한 열기를 못 이기고, 코끼리쇼장으로 가는 골목으로 들어섰다. 나무벤치에 앉아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애기코끼리 2마리가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머리에 사다리꼴 두건을 쓴 채 귀여운 몸짖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건너 호랑이가 인조바위에 비스듬히 누워 사진 모델로 나섰다. 민속전통쇼 다음 막을 준비하는 무희들이 전통의상과 진한 화장을 한채 내앞을 스쳐갔다. 호랑이모델 맞은편 붉은 옷으로 치장한 원숭이가 사진모델 경쟁에 나섰다. 우리나라 씨름 천하장사가 올라앉는 가마를 등에 짊어진 거대한 어미코끼리가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전통민속쇼가 끝났는 지 꾸역꾸역 좁은 골목으로 밀려드는 관광객들 앞열에 일행이 보였다.

코끼리쇼장의 대형 선풍기는 오히려 뜨거운 바람을 쏟아냈다. 전통민속쇼를 관람한 관광객들이 하나같이 코끼리쇼장으로 몰려들어 좌석은 빈틈없다. 사람이 올라탄 어미코끼리 14마리와 새끼코끼리 5마리가 꼬리를 코로 문 채 무대에 등장했다. 오페라의 마돈나가 공연이 끝난후 관람객에게 인사하는 포즈로 새끼코끼리 2마리가 앞발을 약간 구부리고, 고개를 갸웃 인사를 했다. 귀염성은 바나나로 보답받고. 중코끼리 1마리가 나무널판에 올라 재주를 부렸다. 앞발로 서기. 평균대 묘기. 어미코끼리 3마리가 등장하여 공연장 마당에 널려진 바톤을 코로 집어 바구니에 넣었다. 관람석의 게스트 여성 4명 선발. 코끼리 2마리가 한조로 코를 얽어 무등을 태운다. 뒤이어 어미3, 새끼 5마리가 등장하여 뒷발로 서기, 애기코끼리들의 어리광. 화가가 된 코끼리들. 그림을 다 그린 코끼리는 관람석으로 다가와 바나나를 얻어 먹거나, 지폐를 코로 받아 주인에게 건냈다. 코로 모자를 든 채 뒷발로 걸어 꼬마에게 모자 씌어주기. 삼륜차 페달밟기. 코끼리 3마리가 농구를 했다. 자유투 던져넣기. 축구의 페널티킥. 골대에는 골키퍼코끼리도 있어 웃음을 자아냈다. 심지어 누운 관람객을 육중한 발로 코끼리가 안마를 했다. 쇼에 동원된 모든 코끼리가 등장하여 좌석을 향해 인사를 했다. 스콜이 몰려오는 전조로 빗방울이 돋기 시작했다.

앞서가는 스콜을 따라 일행은 코끼리트레킹 체험장으로 이동했다. 코끼리 등에 얹혀진 가마에 2명씩 타고, 바다로 이어진 산책로를 걸었다. 조련사는 맨발로 코끼리 목에 걸터앉아 양귀를 밟고 있었다. 전후좌우 요동이 심했다. 둔중한 발걸음마다 거친 피부의 살떨림이 나의 온몸으로 그대로 전달되었다. 태국은 몰레카메라의 천국이었다. 가는 곳마다 어느틈에 사진을 찍었는 지 되돌아나오는 관람객들에게 사진 1장당 3불을 요구했다. 코끼리가 이마에 마름모꼴 두건을 두른 이유는? 훈련중인 코끼리가 온 몸에서 유일하게 고통을 느끼는 부분이 정수리였다. 조련사들은 손곡괭이로 정수리를 가격해 훈련 성과를 얻었다. 보기흉한 상처를 가리려 두건을 씌웠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