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행은 해변에 자리잡은 호텔 “Garden Sea View Resort"에 여장을 풀었다. 라운지에서 수상시장에서 구입한 엄지손가락만한 바나나를 먹었다. 인도양에 면한 파타야 해변이 바라 보이는 호텔 2, 3층에 일행은 방 4개를 배정받았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베란다 전망이 일품이었다. 호텔과 백사장 사이에 수영장이 자리잡았다. 해안은 휘어진 활처럼 굽었다. 저멀리 섬들이 둥글게 해안을 감쌌고, 풀장같은 잔잔한 바다에 한가로이 배들이 떠 있었다. 하늘은 덧없이 푸르렀다. 일행은 짐 정리와 샤워를 하고 간편한 옷차림으로 1층 로비서 만났다. 파타야 해변. 얕은 물가에 20여명의 태국 어린이들이 물놀이에 열중이었고, 백사장 등의자에 흰 몸뚱이의 백인들이 일광욕을 즐겼다. 미풍에 잔물결이 핥는 해안가. 호텔 지하의 기념품 가게에서 들려오는 귀에 익은 팦송. 서녁으로 기울기 시작한 해는 여적 따가운 햇살을 퍼부었다. 나는 해안가 키 큰 야자수 그늘에 숨어들어 메모를 긁적였다. 일행은 호텔을 벗어나 세계 유명 건축물의 축소판 '미니시암'으로 향했다. 건축물들의 축소 모형과 태국 각 왕조의 왕궁, 앙코르와트도 있었다. 돌아오는 길. 길가의 야자수 줄기는 배흘림기둥(엔타시스) 형상이었다. 하나같이 관공서 건물의 이마에 태국을 보호한다는 전설의 새 “콜롯” 문양이 부착되었다. 콜롯은 불교의 바룬다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짐작되었다. 거리에 유달리 어슬렁거리며 배회하는 개들이 눈에 뜨였다. 태국의 가난한 사람들은 길거리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노점상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개들은 노점상 손님들이 던져주는 음식찌꺼기로 연명했다. 태국 불교는 사람이 죽으면 일단 개로 환생한다는 믿음이 있어, 개를 도살하지 않았다. 자연히 길거리 개들은 늘어났고, 정부는 개 수효를 줄이기 위해 정관수술을 무료로 시행했다.

일행은 먹자판 건물인 MK레스토랑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화장실을 비롯한 복도, 가게들이 깨끗하게 단장되었다. 해물을 갈아만든 미트볼 '수끼'를 주원료로 각종 야채, 버섯, 두부를 해물과 섞어 끊인 음식이었다. 음식을 먹는데 사용하는 도구가 몇 개 딸려 나왔는데, 바닥에 구멍이 숭숭 뚫린 국자가 눈길을 끌었다. 우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국자로 가스렌지의 탕의 건더기를 개인용 접시에 옮겨 담았고, 플라스틱 작은 국자로 국물을 떴다. 얼마후 우리나라 라면발같이 고불고불한 초록국수가 접시에 담겨 나왔다. 옆 테이블에서 한창 식사중인 가이드 일행을 곁눈질하니, 팜이 초록국수를 구멍 숭숭 뚫린 국자에 담아, 끊는 탕냄비 국물에 데쳐 먹는 것이 아닌가? 소스는 된장과 고추장을 묽게 타고, 다진 마늘과 고추를 넣고 레몬즙을 살짝 뿌렸다. 엷은 노란빛에 얼음을 둥둥 뛰운 시원한 차가 글라스에 가득 부어졌다. 우리의 녹차 맛과 여운이 비슷한 차는 원하는 대로 맘껏 먹을 수 있었다. 열대과일 파파야, 야자수는 생각보다 컸지만 우리가 보통 먹는 수박, 참외는 크기가 절반도 안되었다. 식생, 기후에 따른 과일 생장의 차이인가? 아니면 각국의 기호에 맞춘 육종의 다양성인가? 레몬이라는 과일도 시큼한 맛은 주먹만한 우리의 레몬과 비슷하지만 크기는 골프공만하고 겉껍질도 녹색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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