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이미지는 소서(少暑)의 먼동이 터오면서 어머니가 텃밭작물의 밤새 안녕을 보살피고 계십니다. 언덕길의 텃밭 진입로에 묻은 마디호박에서 애호박 두 개를 따 품에 안으셨습니다. 소서는 24절기의 열한째로, 본격적으로 더위가 몰려오고 장마철이라 습도가 높아 무덥습니다. 구석진 창고 한 칸의 집 앞 시멘트 바닥에 느리가 널브러져 늦잠에 빠졌습니다. “밤에 노루 잘 지켜, 노루가 다 뜯어먹잖아” 열어 놓은 창문으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잡종 진돗개 느리에게 건네는 말입니다. 올해 유달리 고라니가 극성입니다. 언덕길 건너편 앞산에서 밤이면 내려와 고추, 땅콩, 콩잎에 입을 댔습니다. 덩치가 커 목소리가 우렁찬 느리의 짖는 소리가 연일 어두운 허공을 갈랐습니다. 고라니가 목줄에 매인 느리가 어쩔 수 없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