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저녁을 먹고 산책에 나섰습니다. 대빈창 해변 솔밭에 야영 텐트가 대 여섯동 자리를 잡았습니다. 고향을 찾았다가 옛 추억이 그리워 싸늘한 날씨에도 바깥 잠을 청하나 봅니다. 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추레한 몰골을 한 진분홍의 저녁 노을위에 부피감이 뚜렷한 먹장구름이 하늘의 성채처럼 걸렸습니다. 봉구산자락으로 접어듭니다. 날이 흐려서인지 하늘에 달이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은 낮과 밤의 경계입니다. 벌판의 벼들이 이삭이 무거워 한껏 고개를 숙였습니다. 말그대로 황금빛 들녘입니다. 내일모레 농부들은 벼베기를 할 날을 손꼽을 것입니다. 15호 태풍 볼레반에 휘둘린 고추 포기에 새잎이 돋았습니다. 고구마는 태풍이 지나간 후 넝쿨을 바짝 땅에 대고 눈치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섬 주민들에게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