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봄 / 심야 / 황해도 해주의 바다 /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포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 울음을 터뜨린 한 嬰兒를 삼킨 곳. / 스물 몇 해를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 故 김종삼의 ‘민간인’이다. 어렵게 배가 떴다. 풍랑·강풍주의보 발효로 배는 주문도 앞바다에 이틀간 발이 묶였다. 13일 목요일 오후 3시에서 4시를 가고 있다. 외포리 포구에서 장례식장으로 가는 차안. 어머니가 말을 붙였다. “사람이 없다는 구나. 고모부가 피난민이라 외톨이어서 그렇구나.” 그때 나는 시를 떠올렸다. “옥상에서 어제 떨어졌다는구나.” 나는 아득해졌다. “그럼 자살하셨어요.” 누이는 어제 막내고모부의 부음을 알리면서 사실을 애써 내게 숨겼다. 장례식장은 썰렁했다. 아버지, 숙부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