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홧가루 날리는 / 외딴 봉우리 // 윤사월 해 길다 / 꾀꼬리 울면 // 산지기 외딴 집 / 눈먼 처녀사 // 문설주에 귀 대이고 / 엿듣고 있다 박목월의 「윤사월」의 전문입니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의 망종(芒種)은 윤사월 열나흘이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나무는 소나무입니다. 윤사월이 시작되며 소나무가 날리는 송홧가루는 눈에 뜨이는 모든 사물을 노란색으로 물들였습니다. 봄비가 잦아, 고인 물웅덩이마다 기름띠처럼 송홧가루가 금빛 물살을 이루었습니다. 위 이미지는 망종의 이른 아침 텃밭 전경입니다. 자욱한 안개가 외딴섬의 봄소식을 알려 주었습니다. 사흘 동안 햇빛 한 점 볼 수 없는 오리무중의 나날이었습니다. 텃밭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을 느리가 웅크려 앉은 채 올려다보았습니다. 느리는 세 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