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5

대빈창 들녘의 바람인형

바야흐로 24절기節氣 가운데 여덟 번째 소만小滿입니다. 입하立夏와 망종芒種 사이에 듭니다. 옛날 손모를 내던 시절은 모의 성장기간이 45-50일이 걸려 모내기를 준비했으나, 요즘의 부직포 모판은 40일 이내에 모가 자라 모내기가 시작됩니다. 1년 중 가장 바쁜 계절입니다.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챙겨 대빈창 들녘으로 나섰습니다. 어제 아침산책에서 풍경을 처음 만났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내심 마음먹었지만 거짓말처럼 장면이 사라졌습니다. 아침 해가 마니산 위로 떠올라 석모도 해명산 위로 성큼 다가섰습니다. 나의 예상이 맞았습니다. 사진을 찍고 농로를 벗어나자 못자리 주인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습니다. “중국제인데 값이 비싸더라고. 둘째가 인터넷으로 산거야.” 논 주인은 해가 떨어지면 전..

소만小滿의 대빈창 들녘

이미지는 소만小滿의 대빈창 다랑구지입니다. 소만은 24절기 중 여덟 번째 절기로 입하와 망종 사이에 듭니다. 햇빛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의미입니다. 봄 가뭄이 길어져 애를 태웠지만 풍부한 지하수를 퍼내 논배미마다 물을 얹었습니다. 앞으로 사나흘이면 대빈창 들녘의 모내기도 마치겠지요.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내리면 섬마을의 허공은 개구리 울음소리로 가득합니다. 말그대로 악머구리 끓듯 합니다. 올해 봄 날씨는 일교차가 크지 않아 모가 충실해서 모내기가 별 탈 없습니다. 예년보다 모내기가 5일 정도 앞서나갔습니다. 조각보처럼 기운 다랑구지가 점차 푸르게 변해가며 농부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기계화된 벼농사는 모내기를 끝내고 천재지변을 피하면 벼베기까지 크게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 ..

옛 농사 이야기

책이름 : 옛 농사 이야기 지은이 : 전희식 펴낸곳 : 들녘 글 쓰는 농부 전희식의 열 번째 책이었다. 나에게 그동안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이야기 『똥꽃』(그물코, 2008)과 귀농귀촌 길잡이 『삶을 일깨우는 시골살이』(한살림, 2016)에 이어 세 번째 책이었다. 농부 전희식은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80년대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는 인천 대공장 파업을 이끈 노동운동가였다. 해방정국이후 50년 만에 합법공간에 진출한 진보정당 한국노동당의 부위원장이었다. 1994년 전북 완주로 귀농했고, 2006년부터 전북 장수에서 자급자족 농사를 짓는 농부로 살아왔다. 들녘 귀농총서 58 『옛 농사 이야기』는 4부로 구성되었다. 겨울부터 이듬해 가을까지 1년 열두 달 옛 농사 이야기를 담았다. 선인의..

찔레꽃 피는 계절

황해(黃海)의 작은 외딴섬 주문도의 찔레꽃 피는 계절은 소만(小滿)과 망종(芒種) 사이입니다. 24 절기 중 여덟 번째와 아홉 번째 절기입니다. 소만은 만물이 자라서 세상을 가득 채운다라는 뜻에서 유래했습니다. 망종은 논보리나 벼 등 까끄라기가 있는 곡식을 파종하는 시기라는 뜻입니다. 주문도 대빈창가는 길 다랑구지의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년중 농부들에게 가장 바쁜 농번기입니다. 밭에 고추와 고구마 심기를 마친 섬주민들이 모내기에 힘을 쏟았습니다. 봉구산자락에서 내려다보는 다랑구지가 하루가 다르게 푸르게 변해갔습니다.어르신네들은 뻐꾸기가 울고 찔레꽃이 피면 비가 귀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조들의 오랜 경험은 기상청보다 날씨예보가 정확합니다. 주문도에 삶터를 꾸리고, 요즘시기 물 부족을 겪지 않은 해가 없었..

주문도의 망종(芒種)

주태배기 앞집 형이 횡설수설 말을 늘였습니다. 꽤 오래 묵은 일인데 형은 진저리를 칩니다. 어느 해 망종 무렵이었습니다. 일찍 찾아 온 더위로 뱃일을 하다 갈증을 못이기고 무인도인 분지도에 뗏마를 댔습니다. 무인도의 수량이 풍부한 샘은 알만한 어부들의 목을 축여 주었습니다. 형은 말통을 들고 샘가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기겁을 하고 뒤돌아 배로 뛰어왔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섬에 다가가지 않았습니다. 거대한 누런 구렁이가 샘에 몸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고 있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며칠 전 아랫집 할머니가 구렁이를 다시 봤습니다. 할머니는 상합을 캐러 대빈창 해변에서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리 때라 제방 앞까지 찰랑거리는 물살을 따라 아름드리 통나무가 떠 내려왔습니다. 아! 그런데 석가래보다 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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