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는 미술평론가 이주헌의 책 전부를 손에 넣었다. 고교시절 수업이 끝나면 밤늦게까지 미술실에서 데생을 그렸다. 고교입학 후 첫 미술시간 새로 오신 선생은 스케치북에 마티스의 〈금붕어〉를 그리게 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시절 나는 그림을 곧잘 그렸다. 미술부로 스카우트되어 학교 대표로 각종 회화대회에 참가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화가를 꿈꾸었다. 미술선생이 다른 학교로 떠났고, 나의 캔버스에 대한 열정도 시들해져 목탄을 손에서 놓았다. 나이가 들고 아쉬움을 미술대중서로 달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모노크롬 도판을 처음 접한 책은 20여 년 전 『산정묘지』의 시인 조정권의 예술기행산문집 『하늘에 닿는 손길』(문학동네, 1994)을 통해서였다. 시인은 1977년부터 1983년까지 예술종합지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