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2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책이름 :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지은이 : 최순우 펴낸곳 : 학고재 '내 인생의 책’을 세 권 꼽으라면 서슴없이 이 책을 집어들것이다. 1994. 7. 30. 개정판1쇄 본이 내 손에 쥐어지기까지 어떤 인연이 작용했는지 모르겠다. 벌써 25여 년 저쪽의 세월이었다. 누렇게 변한 표지와 책술이 시간의 주름을 말해 주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내 생에서 책을 다시 펼칠 날이 올 것인가. 이번이 세 번째 책읽기였다. 혜곡(兮谷) 최순우(崔淳雨, 1916 - 1984)는 평생을 한국미를 탐구한 미술사학자로 흔히 ‘영원한 국립박물관장’을 불리었다. 한국미술사 연구의 초석을 닦은 우현 고유섭의 제자로 황수영, 진홍섭과 함께 개성 3걸로 일컬어졌다. 〈학고재 신서 - 1〉로 발간된 책은 20개의 장으로 ..

뜬돌과 낮꿈 - 1

말복 날. 이른 아침부터 나는 부석사에 있었다. 황금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궁리 끝에 선묘설화가 가람 곳곳에 남아있는 천년고찰 부석사와 우리나라 최초 사액서원이라는 믿음직한 훈장을 단 소수서원이 이웃한 그 곳. 경북 영주로 나는 배낭여행을 떠났다. 부석사가 처음 나의 인식 속으로 들어온 것은 고미술 전문서적 출판사인 학고재에서 출간된 전국립중앙박물관장 故 최순우의 글모음집인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을 잡고부터였다. 초겨울 안개비를 맞으며 찾은 부석사 무량수전의 스산한 정취를 미문으로 표현한 짧은 글이 어느새 나의 뇌리에 깊게 각인되어 있었다. 문화유산의 해를 맞아 우리 곁으로 다가온 무수한 책들 속에 부석사는 온전히 제 얼굴을 내밀었다. 청량리역 무궁화호에 나는 몸을 실었다. 행정구역 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