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가 하루 지나고, 말복末伏이 이틀 남은 휴일이었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은 마른 장마가 물러간 지도 어언 한 달 여가 되었다. 서해의 작은 섬들은 지독한 가뭄에 시달렸다. 하늘만 바라보던 간척지의 벼 포기들은 짠기가 올라와 벼 끝이 시뻘겋게 타들어갔다. 밭작물은 한 뼘도 자라지 못하고 이식한 채 그대로였다. 시원한 온돌방에 등짝을 붙이고 누웠다가 깜빡 낮잠이 들었다. 잠결에 어렴풋이 빗소리를 들은 것일까. 활짝 열어놓은 창문으로 밀려드는 대기의 습기를 맡은 것일까. 얼결에 눈을 떴다. 빗방울 듣는 소리가 후두둑! 귓구멍 가득하게 들어찼다. 의자 등받이에 걸쳐있던 옷을 걸치고 현관문을 밀쳤다. 텃밭으로 내려서는 계단에 올라섰다. 어머니가 그물망에 든 양파 꾸러미를 간추리고 계셨다. 마른 텃밭의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