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3

햇바람 ~ ~ ~ 나다.

입추立秋가 하루 지나고, 말복末伏이 이틀 남은 휴일이었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은 마른 장마가 물러간 지도 어언 한 달 여가 되었다. 서해의 작은 섬들은 지독한 가뭄에 시달렸다. 하늘만 바라보던 간척지의 벼 포기들은 짠기가 올라와 벼 끝이 시뻘겋게 타들어갔다. 밭작물은 한 뼘도 자라지 못하고 이식한 채 그대로였다. 시원한 온돌방에 등짝을 붙이고 누웠다가 깜빡 낮잠이 들었다. 잠결에 어렴풋이 빗소리를 들은 것일까. 활짝 열어놓은 창문으로 밀려드는 대기의 습기를 맡은 것일까. 얼결에 눈을 떴다. 빗방울 듣는 소리가 후두둑! 귓구멍 가득하게 들어찼다. 의자 등받이에 걸쳐있던 옷을 걸치고 현관문을 밀쳤다. 텃밭으로 내려서는 계단에 올라섰다. 어머니가 그물망에 든 양파 꾸러미를 간추리고 계셨다. 마른 텃밭의 황..

무지개

책이름 : 무지개지은이 : 워즈워스옮긴이 : 유종호펴낸곳 : 민음사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내 가슴 설레느니,/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바라노니 나의 하루하루가/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표제시 ‘무지개(18쪽)’의 전문이다. 이 땅의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외국시다. 비가 그친 뒤 공중의 물방울들에 햇빛의 굴절 반사로 나타나는 것이 무지개다. 사람들에게 동경과 경이의 대상이다. 워즈워스는 세상을 향한 새로운 희망을 무지개에 실어 나타냈다. 또한 외국 시인하면 우선 워즈워스, 바이런, 셸리, 키츠 등 영국시인이 떠오를 것이다. 제도권 교육의 문학 시간에 배운 낭만주의의 영향이다. 낭만주의 문..

아차도에 쌍무지개가 뜨다

어린 시절, 아무도 없는 집에서 낮잠을 자다 혼자 깨어나 허둥거리며 가방을 챙겨 등굣길에 나섰는데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동무들이 보이지 않고, 그때서야 해가 기울어가는 때임을 알아차린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올 가을은 추적추적 비가 잦습니다. 그날 볼음도 일을 마치고 일찌감치 선창으로 나왔습니다. 외포리에서 이제 막 배가 뜬 시간이었습니다. 한시간 여 시간이 남았습니다. 줄금줄금 빗줄기가 차츰 굵어지고 있었습니다. 매표소안 의자에 길게 누워 읽던 책을 펼쳤습니다. 깜박 잠이 들었나 봅니다. 밖에서 들려오는 두런거리는 말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멀리 석모도 보문사 앞바다에 여객선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먹구름이 급하게 가장자리로 밀려나면서 푸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무지개가 한 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