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무지개
지은이 : 워즈워스
옮긴이 : 유종호
펴낸곳 : 민음사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내 가슴 설레느니,/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바라노니 나의 하루하루가/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표제시 ‘무지개(18쪽)’의 전문이다. 이 땅의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외국시다. 비가 그친 뒤 공중의 물방울들에 햇빛의 굴절 반사로 나타나는 것이 무지개다. 사람들에게 동경과 경이의 대상이다. 워즈워스는 세상을 향한 새로운 희망을 무지개에 실어 나타냈다. 또한 외국 시인하면 우선 워즈워스, 바이런, 셸리, 키츠 등 영국시인이 떠오를 것이다. 제도권 교육의 문학 시간에 배운 낭만주의의 영향이다. 낭만주의 문학이란 ‘감성(感性)의 해방, 무한에 대한 동경과 불안, 질서와 논리에의 반항을 특징으로 하는 문학’을 이른다. 낭만주의는 진실한 것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자연과의 친연성을 나타냈다. 특히 워즈워스는 전원생활을 시의 터전으로 삼았다. 시인은 자연 속의 삶을 영위하면서 거기에 깃들여 있는 인간의 근원적인 모습을 순수한 언어로 표현했다. 이는 인간의 감정을 보다 높은 단계로 고양시켜 주는 원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워즈워스는 영국 낭만주의 운동의 선구적 시인으로 손꼽힌다. 그것은 「서정담시집」 재판에 붙인 ‘서문’에 기인한다. ‘여기 모은 시편 속에서 시도된 중요한 목적은 사건 및 상황을 평민의 생활에서 취하고 가능한 한 사람들이 실제로 쓰는 말로써만 서술하거나 묘사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어떤 상상의 색채를 가해서 평범한 사물들이 비범하게 비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선언은 ‘모든 훌륭한 시는 강력한 감정이 저절로 넘쳐흐른’ 것이라는 지론으로 고전주의를 거부한 것이다.
시집에 실린 19개의 시편을 읽고 마지막에 실린 옮긴이의 해설을 읽어나가다, 나의 아둔함에 한동안 멍해졌다. 나는 그동안 무지개의 환상처럼 영국 낭만주의 시인들을 보았다. 영국의 젊은 낭만주의 시인들은 혁명의 기수였다는 사실은 일부분만 타당했다. 워즈워스는 1789년 프랑스 혁명의 이념의 아들이었다. 하지만 시인은 1802년 고정수입을 확보하고 안정된 생활을 누리면서 반나폴레옹 전쟁을 지지하는 보수주의자로 급격히 변해갔다. 로버트 브라우닝은 이런 시인의 변절을 이렇게 개탄했다. “은전 백 량을 위해, 윗저고리에 꽂을 리본을 위해, 그는 우리 곁을 떠났다”고. 워즈워스는 60년동안 시작을 영위했지만 1798년부터 1808년까지 10년 동안 작품다운 작품을 써냈을 뿐, 이후는 졸작의 연속이었다. 젊은 시절의 혁명적 이념을 포기한 그의 보수화는 곧 시인의 죽음을 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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