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대빈창 2013. 6. 21. 07:54

 

 

책이름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지은이 : 장 지글러

옮긴이 : 유영미

펴낸곳 : 갈라파고스

 

독일의 슈피겔紙는 말했다. ‘글로벌화는 매일의 테러다.’ 헌옷은 모서리마다 솔기가 터졌다. 분명 부자들이 버린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 입었을 것이다. 곱슬머리는 아주 짧게 쳐버렸다. 속눈썹이 물기로 흥건하다. 내리 깐 눈에서 눈물이 고랑을 이뤄 턱밑으로 흘러내렸다. 흑인 어린이다. 이 책은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 장 지글러가 아들 카림에게 오늘날 지구상의 기아 실태와 그 배후를 일러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돈 있는 자는 일부러 토하도록 처먹고, 가난한 자는 굶어죽는 정글 자본주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2005년 10세 미만의 어린이가 5초마다 한명 씩 굶어 죽고, 비타민A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사람들이 3분에 한명 꼴이다. 세계 인구의 1/7에 해당하는 8억5,000만명이 심각한 영양실조에 처해있다.

전 세계의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오는 기아인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현재 농업생산력은 120억명의 인구를 너끈히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지구상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하루 2,400 ~ 2,700 칼로리의 먹을거리를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분배체계의 문제점인가. 세계 225명의 대재산가의 총자산은 1조 달러가 넘는다. 이것은 전 세계 가난한 자들의 47%인 25억명의 연간수입과 같다. 세계 15대 부호들의 총자산은 남아프리카를 제외한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높다.

전쟁과 부패로 구호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 고기를 먹기 위해 곡식을 소에게 먹이고, 가속화되는 사막화와 산림파괴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을 가중시키는 금융과두지배에 본질적 책임이 있다. 장 지글러는 그들을 ‘과거보다 훨씬 강력하고 냉소적이며, 예전에 비해 한결 야만적이고 교활한 새로운 봉건 지배세력’으로 규정했다. 2007년초부터 2008년 중반까지 지구촌은 치솟는 식량값으로 폭등이 빈발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농산물 선물거래 시장에서 거래되는 파생금융상품이 500%나 늘어난 것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장기 인도분 선물거래의 옥수수 65%, 콩 68%, 밀 80%를 투기자본이 장악한 상황이었다. 투기성 자본의 유입은 거래되는 농산물 값을 50%이상 상승시켰다. 거대 금융기업 골드만삭스가 소프트상품(밀, 콩, 옥수수)에 투자하여 벌어들인 돈이 한해에 4억달러에 이르렀다. 탐욕에 눈먼 금융자본은 수많은 이들이 굶어 죽어가는 위기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기회를 노렸다. ‘오늘날 부, 경제력은 다혈질적인 투기꾼들이 벌이는 카지노 게임의 산물이다.(161쪽)‘

1970년 남미 칠레에서 살바도르 아옌데가 이끄는 인민전선은 권력을 잡았다. 수많은 어린이가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하루 0.5ℓ의 분유를 무상으로 배급하기로 했다. 세계 2위의 식품회사 스위스의 네슬레에게 제값을 주고 분유를 사려고 했지만 팔지 않았다. 네슬레는 칠레 민주정부와의 협력을 거부했고 아옌데의 개혁정책은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했다.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도움을 받은 피노체트에 의해 아옌데는 살해되었고, 칠레에는 다시 군부독재가 들어섰다. 피노체트의 무차별 탄압으로 칠레는 동토의 왕국이 되었고, 아이들은 다시 영양실조로 고통스러웠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는 구종주국 프랑스에 휘둘리는 무력한 정부였다. 젊은 혁명가 토마스 상카라는 혁명정권을 세우고, 1983년부터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했다. 인두세의 폐지와 토지국유화를 추진하여 4년 만에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되었다. 부르키나파소의 희망은 이웃나라들에게로 흘러 들어갔다. 이에 프랑스는 상카라의 친구 콩파오레를 사주하여 상카라를 살해 했다.부르키나파소의 아이들은 다시 굶주림에 시달리는 악몽 속으로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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