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
지은이 : 강판권
펴낸곳 : 글항아리
벼르고 벼르던 책을 씻었다. 근 보름만이었다. 하지만 부피가 두꺼운 책술은 술술 잘도 넘어갔다. 1135쪽이다. 나는 25여년을 책과 가까이 지냈다. 여적 잡은 책 중 단행본으로 가장 두껍다. 이 책은 생물학이 아닌 인문학(역사와 문화)으로 읽어 낸 나무사전이다. 나무 백과전서를 펴내기 위해 지은이는 다양한 고문헌을 섭렵했다. 인류 최초의 낱말풀이 사전인 ‘이아’를 비롯해 농서인 ‘제민요술’, ‘사시찬요’, ‘농상집요’, ‘산림경제’, ‘임원경제지’와 백과전서인 ‘성호사설’, ‘대동운부군옥’,‘송남잡지’ 등을 살펴 나무와 관련된 신화, 전설, 문화, 풍속을 추스렸다. 나무 백과사전인 이 책은 ‘역사를 통해 나무를 보고, 나무를 통해 역사를 읽어 나갔다.’
이 책은 겉씨식물인 소철과 은행나무로 시작해 진달래과인 진달래와 철쭉으로 끝을 맺었는데 모두 217종의 나무에 얽힌 이름 유래, 식생의 특징, 쓰임새, 인간의 삶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소개 되었다. 나무의 역사는 장구하다. 지구상에 겉씨식물이 출현한 것은 3억5천만년전 이었다. 그에 비해 유인원은 3만5천년전에 푸른 행성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들은 수많은 잎사귀를 매달고 있다. 하지만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았다. 그것은 ‘나무들의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나무가 열 장의 잎을 만들면 두 장은 자신이 자라기 위해, 두 장은 꽃을 피우기 위해, 두 장은 씨앗을 만들기 위해, 두 장은 자기 자신을 위해, 마지막 두 장은 숲 속 다른 동물들을 먹이기(702쪽)' 위해서다. 모두 저마다의 쓰임새가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 나가다, 이쯤에서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세금 내는 나무로 경북 예천의 소나무 석송령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런데 두 그루의 팽나무가 논과 밭을 소유하여 세금을 내고 있었다. ‘금목신金木神’이라는 팽나무는 경남 고성에 있는데 400여평의 논밭을 소유하고 있다. ‘황목근黃木根’은 경북 예천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400호 팽나무인데 한번도 세금을 체납하지 않아 ‘납세목納稅木’이라고 불렸다.
인도에서 성스러운 대접을 받는 보리수菩提樹는 30미터까지 자라는 거목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보리수라 불리는 나무가 있다.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는 ‘뽀루스’라는 시큼털털한 열매를 수없이 매단다. 하지만 전혀 다른 나무다. 또 다른 나무 ‘피나무도’는 우리나라 절에서 ‘보리수’라는 가짜 이름표를 달고 사람들을 헤매게 만든다. 이러한 오해는 피나무의 열매로 염주를 만드는데서 비롯되었다.
지은이는 나무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무를 약효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은 한 존재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10쪽)’ 나무박사는 2002년부터 대구지역의 나무애호가들과 함께 ‘나무세기’라는 동호회를 만들어 주말마다 전국의 숲을 누볐다. 모임 회원들은 각자 나무 이름을 애칭으로 삼았다. ‘쥐똥나무는 아파트 도로 주변의 울타리로 많이 쓰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나서지 않고 제 몫을 묵묵히 감당하는 울타리처럼 나무 공부를 하겠습니다.’ 저자의 애칭은 ‘쥐똥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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