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대빈창 2013. 7. 8. 07:52

 

 

책이름 :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지은이 : 오오타 야스스케

옮긴이 : 하상련

펴낸곳 : 책공장더불어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부에서 강진이 일어났다. 연이어 쓰나미가 들이 닥쳤고,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했다. 그리고 방사능이 대량 유출됐다. 원전 반경 20㎞ 지역의 모든 거주자는 피난했고, 경계구역이 선포되었다. 후쿠시마 원전 난민수가 15만 명에 이르렀다. 금단의 땅, 죽음의 땅, 유령마을 ······. 피난령이 내려진 이후 사람들은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 그럼 가축들은? 미야기현에서만 쓰나미 이후 익사하거나 아사한 가축이 118만 마리였다. 후쿠시마, 이와테현의 피해숫자는 몇 배에 달할 것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오오타 야스스케는 방사능 피폭을 무릎 쓰고, 죽음의 땅에 발을 들였다. 대지진과 쓰나미 이후 살아남은 가축들이 굶어죽거나, 곯은 배를 움켜쥐고 떠돌았다. 표지 사진은 어미와 새끼 고양이가 지은이가 캔을 내밀자 주위를 경계하며 허겁지겁 고픈 배를 채우는 그림이다. 죽음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굶어죽는 아사(餓死)라고 한다. 고양이들은 주인 없는 집을 지켰고, 개들은 가족이 돌아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아사한 돼지들 틈에 끼여 꼼짝달싹도 못하는 산 돼지는 공포에 질렸고, 그나마 축사에서 벗어난 소들은 타는 듯한 목마름에 용수로에 들어갔다가 힘이 없어 빠져 나오지 못해 익사했다.

이 책의 사진들은 사람이 키우던 가축들의 눈물겨운 사투를 고스란히 보여 주었다. 착한 누렁이는 목줄이 풀려 있었는데도 집을 지키며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로드킬 당한 고양이 야마모토 비는 주인이 이름을 쓴 목걸이만 남겼다. 소는 주저앉은 채 눈물만 주르륵 흘렸다.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 앞에서 두 마리의 개를 만났다. 이곳은 280 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능 피폭지역이었다. 사람이 평소 노출되는 량의 약 2,000배에 이르렀다. 가축들은 익사하고, 굶어죽고 살처분으로 죽어갔다. 2011년 5월 24일. 일본 정부는 원전 20㎞ 이내의 출입제한구역의 가축을 모두 살처분 하겠다고 발표하고, 안락사라고 강조했다.

“그곳은 지옥이었다. ······. 오래전부터 인간은 가축을 사육해왔다. 나도 고기를 먹어왔고 그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지금 내 앞의 지옥을 만든 것은 원전사고이다. 그러니 이 지옥을 만든 것은 근본적으로는 원전을 만든 인간이다.(54쪽)” 그렇다. 굶어 죽어가는 가축들의 눈물 흘리는 고통에 분노가 치밀었다. 비참한 가축들의 모습을 보며 이 지옥을 만들어 낸 인간들이 무책임하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축들이 마지막이었다고 생각했다면 이렇게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너무 급하게, 경황없이 떠났고 난민생활로 이어져 어쩔 수 없었다. ‘죽음의 땅’에 남겨진 가축들의 죄를 묻는다면 원전난민이 아니라, 핵발전소 건설로 이권을 챙긴 원전마피아들에게 죗값을 물어야 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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