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그 산맥은 호랑이 등허리를 닮았다
지은이 : 김하돈
펴낸곳 : 호미
제천 천등산 박달재에 내가 책으로나마 접하는 세 분이 살고 있다.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최성현, 판화가 이철수, 시인이며 환경운동가인 김하돈. ‘십 년 전, 백두대간 고개 기행을 할 때도 그랬다.’ 머리말의 한 단락이다. 그렇다. 1999년 실천문학사에서 나온 ‘마음도 쉬어가는 고개를 찾아서’를 만나면서 시인을 알게 되었다. 책은 백두대간의 열다섯 고개에 얽힌 옛 사연과 이름의 유래를 정성껏 기록한 답사기의 백미였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1,400km를 발에 물을 묻히지 않고 걸을 수 있다는 거대한 산줄기를 이름 하는 백두대간. 나는 그 개념을 남들보다 빨리 받아 들였다. 조석필이 지은 ‘사람과 산’에서 출간된 ‘산경표를 위하여’와 ‘태백산맥은 없다’를 손에 잡았다.
표지 그림이 눈에 익다. 시인의 두 번째 산문집 ‘푸른 매화를 보러가다’처럼 이철수의 목판화다. 산사호배(山似虎背)는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호랑이의 등허리를 닳았다하여 이르는 말이다. 시인은 그동안 환경운동가로서 개발지상주의의 터무니없는 린치에 신음하는 이 땅의 아픔에 가슴 저리며 환경과 생태를 지키는 일에 온 몸을 던졌다. 댐을 건설하려는 토건족에 맞서 동강을 지켜냈고, 4대강사업 반대 투쟁으로 한강과 낙동강을 누볐다. 그리고 ‘백두대간연구소’ 소장으로 백두대간 보전 시민운동을 십여년 넘게 펼쳤다. 그 부산물이 이 책이다. 시인은 백두대간을 오르내리며 천 여편의 설화를 수집했다. 그중 설악산 오세암에서 시작해 지리산 마고할미로 끝나는 백두대간에 관한 설화 50편이 책으로 묶였다. 글의 순서는 설화에 이어 저자가 유래와 의미를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여행 안내글인 ‘백두대간 여행하기’로 맺었다. 또한 저자가 직접 찍은 백두대간의 장쾌한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인은 정선 정암사의 창건설화에서 누구든지 보이는 수마노탑에 비해 욕심 없는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금탑, 은탑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백두대간의 두문동재 좌우에 나란히 걸려 있는 금대봉과 은대봉(1442m) 자체가 이미 금탑과 은탑과 다름없는 진귀한 보물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그곳은 국토의 생명줄인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가 있는 곳이며, 이 땅의 희귀 동식물들이 때 묻지 않은 원시서정을 펼쳐 내는 자연생태보전지역이다. 온갖 탐욕에 젖어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진정한 금탑 은탑이 바로 백두대간의 금대봉과 은대봉일 것이다.(126 ~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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