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5

대빈창 2013. 6. 12. 07:25

 

 

책이름 :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5

지은이 : 이윤기

펴낸곳 : 웅진지식하우스

 

선물은 받는 부담스러움보다는 주는 기쁨이 크다는데, 나는 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선물을 주어야 하는가?

그 추어탕이 웬수로다. 밥 한끼 얻어먹으려고 뒤쫓아 갔다가 나의 인생에서 그리 인연이 많지 않는 여성들 중의 한명인 ○ ○ 이의 生日을 뒤늦게나마 축하하는 의미로 이 책을 드립니다.

생일 3일 후에   ○ ○ ○ 드림 2003. 1. 21

 

1권의 속 면지에 쓴 메모다. 생일 선물로 권한 책이 어떻게 다시 나의 수중으로 돌와 왔을까.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때 나의 손에는 창해에서 나온 포켓용 ‘그리스 로마신화’ 3권이 있었다. 남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지만 같은 책을 두 번이나 손에 넣고 싶지 않았다. 이 땅의 독서 풍토에 신화 열풍을 불러일으킨 웅진지식하우스에서 펴낸 또 다른 ‘그리스 로마신화’ 2권을 선물로 마련했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책 욕심이 많은 나는 말 같지도 않은 논리를 우겨대며 ‘그리스 로마신화’를 교환했다. 그래서 이 책은 생일 선물을 한 당사자에게 되돌아왔다.

저자를 소설가나 번역가보다는 신화전문가로 명성을 드높인 이 책의 제 1권은 2000년에 발간되었고, 2007년까지 4권이 나와 모두 200만부가 팔렸다. 2010년 여름 작가의 타계 소식이 전해졌다. 장례를 치른 유족이 완성에 이른 원고를 발견해 유작으로 펴낸 책이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이다. 그러기에 ‘들어가는 말’은 저자의 글이지만, ‘맺음말’은 고인의 딸인 번역가 이다희가 맺었다. 낮이 익은 이름이다. 내가 잡은 책으로 카렌 암스트롱의 ‘신화의 역사’가 있었다. 또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시리즈의 번역을 맡았다. 저자가 남긴 마지막 책을 나는 그해 초겨울 손에 넣었다. 그리고 2년 반이 지나서야 책을 펼쳤다. 이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 시리즈는 5권으로 완간되게 되었다. 이 말은 우리에게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6권은 없다는 말이다.

‘아르고 원정대’는 쾌속선 아르고를 만든 인간문화재 ‘아르고스’에서 명명했다. 하긴 ‘아르고’는 쾌속(快速)이라는 뜻이다. 이 배는 원정대의 대장 이아손이 먼 북방의 땅 콜키스의 금양모피(金羊毛皮)를 찾아오기 위해 만들었다. 이아손이 5살로 이올코스의 어린 왕자였을 때 숙부 펠리아스에게 아버지가 왕위를 찬탈 당했다. 펠리온 산의 현자 켄타우로스 케이론이 이아손을 맡아 15년 동안 무술과 의술을 가르쳤다. 신화는 엇비슷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숙부 펠리아스는 왕위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조카 이아손에게 금양모피를 찾아오는 시험을 냈다. 이에 주인공 이아손은 ‘아르고’를 조선하는 한편, 원정대의 대원들을 모집했다. 이때 그리스 전역의 난다긴다하는 영웅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천하장사 헤라클레스, 수금 연주의 달인 오르페우스, 쌍둥이 싸움꾼 카스트로와 폴리데우케스, 칼뤼돈 멧돼지 사냥의 멜레아그로스, 펠레우스, 아탈란타 등 50여명의 원정대원으로 항해를 시작했다. 원정대에게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긴 이래야 신화 읽기에 빠져드는 것이 않은가. 지독한 암내를 풍기는 렘노스 섬의 여자들의 원을 풀어 주었고, 퀴지코스에서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 굴욕을 겪었다. 아르고나우타이(아르고 원정대)에서 가장 힘이 센 헤라클레스는 어이없는 사건으로 도중하차 했다. 게이였던 헤라클레스의 애인 미소년 휠라스가 뮈시아에서 샘의 요정들에게 납치되었다. 헤라클레스는 보기와는 딴판이었다. 미소년 애인을 찾겠다고 원정대에서 스스로 낙오되었다. 이아손은 눈 먼 예언자 피네우스의 도움으로 ‘박치기하는 두 개의 바위섬’ 쉼플레가데스를 무사히 통과하여 '적대하는 바다' 흑해를 가로질러 콜키스 땅에 도착했다. 이 나라의 왕 아이에테스가 낸 세 가지 난관을 공주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해결하고 ‘황금빛 양의 털가죽’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부록처럼 독부 메데이아의 끔찍한 자녀 살해 사건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나의 삶에서 분노하는 바다 흑해는 어디이며, 충돌하는 섬 쉼플레가데스는 무엇일까. 내 인생의 최대 전환기는 외딴 섬 주문도의 정착이다. 따라서 김포 신도시의 삶을 버리고, 배를 타고 황해를 건너 작은 섬의 얼치기 생태주의자를 자처하며 나름대로 자발적 가난의 단순소박한 삶을 성취한 것이다. 쉼플레가데스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아마! 그것은 어머니의 소천일 것이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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