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자라는 돌
지은이 : 송진권
펴낸곳 : 창비
철접시(어머니가 김포 사실 때 다니시던 영세업체 공장에서 만들던 숯불화로의 부품)에 어른 주먹만 한 검은 돌이 놓였다. 돌 위의 이끼에 칙칙이로 나는 매일 물을 주었다. 말도에서 우연히 눈에 띈 검은 돌은 철광석으로 묵직했다. 이끼는 자연 뒷간에서 일을 보다 돌멩이에 엉겨 붙은 것을 뜯어왔다. 앉은뱅이책상 한 구석에 놓인 접시 이끼에 책을 읽다 눈길을 돌리고는 했다. 송진권 시인의 첫 시집이다. 시인은 2004년 제4회 창비시인신인상으로 등단했다. 7년 만에 펴낸 시집이다. 시집에는 모두 65개의 시편과 문학평론가 조강석의 해설 ‘하염없음이 하염없게도’가 실렸다. 온라인 서적의 신간 시집을 훑다가 표제 ‘자라는 돌’에 나의 눈길이 꽂혔다.
엄마 엄마 이 돌멩이 다 자라서/소부동 대부동 능선 따라 솟으면/한쪽에서 달이 뜨고 한쪽으로 해가 뜨고/사슴이 목 축이는 계곡 속으로/거북일 타고 느릿느릿/한 손엔 달을 들고/한 손엔 해를 들고/그렇게 가보자구요
표제시 ‘자라는 돌’의 4연이다. 부제가 ‘못골 17’이다. 금강산 세존봉의 전설이 연상 되었다. 먼 옛날 동해의 용왕이 병이 났는데 백약이 무효였다. 토끼의 생간이 유일하게 효험이 있었다. 용왕은 큰 벼슬과 재산을 내 놓았으나, 모든 신하가 뒤로 피했다. 이때 자라가 나섰다. 자라는 금강산에서 토끼를 꼬여 용궁으로 데려왔다. 속은 토끼가 꾀를 냈다. 바다에 오기 전 간을 꺼내 샘물로 씻어 바위틈에 감추어 두었다고. 그 감춘 간을 가지러 자라와 토끼는 다시 금강산으로 돌아왔다. 토끼의 꾀에 속은 자라는 용왕이 두려웠다. 자라는 바다에 돌아가지 못하고 금강산에서 살게 되었다. 세월은 흐르고 자라는 ‘자라는 돌’로 굳어졌다.
3부의 시들은 부제가 ‘못골’로 21편의 시가 실렸는데 연작시로 대부분 산문시다. 할머니가 무릎을 벤 손자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닮았다. ‘설화와 가난한 현실마저 경쾌하게 그려낸 우리 전통의 익살스러운 가락이 일품’이라는 찬사를 받은 시인은 ‘물기 많았던 시절/그래서 더 깊이 패었던 시절’(「각인」 中에서)의 사연 많은 이야기를 ‘다 고맙고 그리운 일’(「김옥심전」 中에서)로 가슴 절절한 노래를 독자에게 들려준다. 시집의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정을 떼다'( 전문, 30쪽)가 가장 오랫동안 가슴에 물기를 남겼다.
노간주 나뭇가지를 불에 구워 코뚜레를 만들어놓았다
귀를 쫑긋대며 새끼는 어미에게 몸을 묻었다
뜸베질을 하며 어미는 모질게 새끼를 떠다박질렀다
영문 모르는 새끼는 목을 뽑아 울었다
삐죽이 뿔이 돋아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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