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상상목공소

대빈창 2013. 5. 27. 07:23

 

 

책이름 : 상상목공소

지은이 : 김진송

펴낸곳 : 톨

 

주문한 책들이 택배로 배송되었다. 종이박스를 열어젖혔다. 예닐곱의 책 중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가 눈길을 끌었다. 작가 김진송. 거의 15년을 나무작업해 온 목수다. 2년 만에 새 책을 내 놓았다. 언제 목물을 갈고 깍고 밀고 쪼이고 다듬으면서 글을 쓸까. 책장에 묵혔던 이 책을 꺼냈다. 그동안 나는 저자의 ‘나무로 깍은 책벌레 이야기’와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을 잡았다. 이 두 책은 목물(木物), 즉 나무물건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얘기였다. 책씻이를 하니 이해가 갔다. 새로운 책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와 ‘상상목공소’는 ‘움직인형’을 만드는 과정을 묘사하고 설명하는 이야기였다. 여기서 ‘움직인형’이란 움직이는 인형이다.

 

악몽 / 술 마시는 노인 / 비밀의 집 / 책의 바다에 빠져 들다 / 책잠에 빠진 아이 / 세상 밖 한 걸음 /페트롤리우무스의 전설 / 꿈틀벌레 / 책벌레 가! / 개와 토끼 / 어미와 새끼 / 꽃과 벌 / 머리가 무거운 새 / 폭주족 / 지구에서 살아남기

 

이 책에 나오는 ‘움직이는 이야기’, ‘만질 수 있는 이야기’인 ‘움직인형’ 15개의 작품명이다. 저자가 만든 ‘움직인형’은 수동식 아날로그 인형이다. 작품의 하부에 나무 톱니바퀴와 강선으로 연결된 기계장치가 있다. 여기에 연결된 손잡이를 돌리면 인형들이 ‘스토리’에 따라 움직였다. 부제 ‘상상력과 창의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가 말해주듯 저자는 ‘움직인형’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묘사나 설명을 통해 상상력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움직인형’의 매뉴얼이 아니었다. 저자의 나무에 대한 다채로운 작업경험, 동·식물 아니 광물까지 포함한 자연에 대한 오랜 관찰, 독서를 통한 지적 편력이 씨줄과 날줄로 엮였다. 목수 작가는 글을 쓰는 작업과 나무를 만지는 일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이야기라는 구조를 공간과 결합시키고 싶어서 움직이는 인형을 만들게 되었다.’

오늘의 ‘애플’을 있게 한 스티브 잡스가 죽은 뒤 이 땅의 모든 매체는 ‘creative(크리에이티브)’가 구세주나 되는 듯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악다구니를 치고 있다. 창의성은 이제 국가경쟁력으로 절박한 생존의 문제라고 아우성이다. 1등만 살아남을 수 있는 지옥 같은 무한 경쟁사회 대한민국이 두 손으로 나팔을 만들어 입에 대고 외치고 있다. 상상력과 창의성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하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다. 목수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창의성은 사회적 문제이지 개인의 특질이나 자질이 아니다. 막장까지 간 경쟁 사회에서 창의성이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창의적으로 경쟁하려 한다. 경쟁도 창의적으로 하고, 창의성도 경쟁을 통해 도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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