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대빈창 2013. 5. 20. 05:38

       

책이름 :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지은이 : 고재종

펴낸곳 : 문학동네

 

MB정권과 재벌 건설업체가 짜고 친 부패비리의 결정판으로 ‘대국민 사기극’이 된 4대강 사업의 어두운 이면이 더러운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MB는 죽은 경제를 살린다고 '한반도 대운하'를 내세워 장밋빛 환상을 들이 밀었다. 747은 7%의 경제성장률과 국민총생산 4만불 시대 그리고 7대 경제 강국을 이른다. 압축 경제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돈맛을 본 이 땅 사람들은 진정성을 묻지 않았다. 부자로 만들어 준다는 꼬임에 앞뒤 안보고 표를 몰아주었다. MB 정권은 백두대간의 젖줄인 4대강을 모조리 파헤쳤다. 국민의 피땀어린 혈세 22조원을 들인 단군 이래 최대 토건사업은 금수강산을 작살냈을 뿐이다.

 

꼭 가뭄 때문만도 아니게 강은 자꾸 야위고/저기 하상을 가득 채운 갈대숲의/갈대잎은 시퍼렇게 치솟아오르며/무어라 무어라고 마구 소리친다. 그러니까/(······)/강물에 뱉은 쓴 약의 시간들은 저기 저렇게/새까만 암죽으로 끓어서 강줄기를 막는/것인가. 우리가 강으로 흐르고 강이 우리에게로 흐르던 그 비밀한 자리에/반짝반짝 부서지던 햇살의 조각들이여,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12 ~ 13쪽)’의 일부분이다. 4대강 사업의 폐해를 미리 노래한 듯한 시를 표제로 내세운 시집은 초판이 ‘97년도에 출간되었다. 시인은 自序에서 ’나는 아직도 초록 들판에서 휘파람을 부는 쪽에 서고 싶다.‘고 했다. 이후 15년이 흘렀다. 시인은 손에서 삽자루와 호미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땅의 살농(殺農) 정책을 당해낼 농사꾼은 없다. 경쟁력 없는 소농의 손에 꾸려지는 농업은 찬밥신세로 전락해 재벌의 기업농으로 전환되거나, 고향을 꿈속(?)에서도 그리는 도시민들의 취미농으로 전락했다. 외딴 섬에서 나이가 들면서 시집에 손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농민·농촌·농업을 농투성이의 정서로 읊은 시는 시간이 갈수록 찾기 힘들었다. ’자연과 농촌의 충만한 생명력‘을 노래한 시인의 묵은 시집 두 권을 손에 넣었다. 시집은 4부로 나뉘어 모두 60편의 시와 문학평론가 이숭원의 해설 ’면면하고 환한 생명의 자리‘가 실렸다. 시편들은 농촌공동체의 붕괴를 고발하고 모순투성이 사회구조를 비판했다. 3부는 제주 섶지코지, 구좌 비자나무숲. 동해 낙산사, 홍련암. 순천 낙안읍성, 선암사. 불영계곡, 선운사, 부안 격포 채석강, 곰소항, 내소사 등에 발길이 머문 ‘길에 관한 생각’에 대한 15편의 시가 모였다.

고대하던 단비가 밤새 내렸다. 써레질한 무논마다 물이 가득하다. 곧 모내기가 시작될 것이다. 양파와 마늘은 밤새 키를 늘였다. 땅콩, 도라지, 대파의 여린 새순이 땅거죽을 뚫고 올라왔다. 덮은 부직포를 벗겨야겠다. 며칠 전에 심은 고추, 고구마, 오이, 토마토, 수박, 참외가 비 맛을 보고 힘차게 줄기를 뻗칠 것이다. 나도 살겠다고 풀들이 서로 으쓱으쓱하다. 올해 여든이신 어머니는 그새 밭고랑에 허리를 구부렸다. ‘눈물(전문, 63쪽)’을 펼쳤다.

 

칠십 평생 논밭을 박박 긴 / 우리 동네 남평할매 왈,

나 죽걸랑 화장을 해주소 / 잿가룰랑 공중에 뿌려주소 / 사방에 훨훨 날아댕기며, / 이 나라 산천경계 / 죄다 구경허고 말겄네

그 할매 뜨건 발을 씻는 / 저 냇물의 금빛 보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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