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대빈창 2013. 5. 13. 07:58

 

 

책이름 :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지은이 : 이병률

책이름 : 달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이하 - 바람)’는 시인 이병률이 ‘끌림’ 이후 7년 만에 펴낸 여행산문집이다. 끌림은 꾸준히 50만부가 팔려 스테디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바람’ 역시 20만부를 넘겼다. 시인의 여행산문집은 일회용 히트작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동안의 여행기가 단순정보로 빽빽한 지면에 식상한 독자들이 시인의 감성 충만한 여행산문집에 말그대로 끌린 것이다. ‘바람’은 ‘끌림’의 책 판형에서 키만 조금 늘였다. 휴대용 메모수첩 크기다. 에메랄드빛 단순한 겉표지가 눈길을 끈다. 나의 유일한 해외여행이었던 태국의 인도양에 떠있는 산호섬 바다 빛깔 같기도 하고, 고려청자의 비색이기도 하다. 표제 글씨 위에 하얀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펄럭이며 날고 있다. 내 눈에는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처럼 보였다. 시인의 여권에는 80여 개국 이상의 이미그레이션 확인 도장이 찍혔다. 어쩌면 저 새처럼 시인은 각 나라의 국경을 넘나들고 있었다. 그 자유로운 영혼이 부럽기도 하다.

이 책의 편집체계는 ’끌림‘과 같다. 독자의 편의를 위해 여느 책들이 갖춘 목차와 쪽수가 없다. 다만 #이 번호 뒤에 붙은 것이 다르다. 그래서 책 읽기에는 북다트가 제격이다. 마음에 담을 만한 구절이 나타나면 쪽수를 메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갈피에 북다트를 끼울 수밖에 없다. 순서는 1 # '심장이 시켰다’로 시작해 제목 없는 58 #에서 끝났다. 그리고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갈피 어느 쯤에서 기습적으로 사진들이 나타났다. 시인이 여행지에서 직접 찍은 이미지다. 내가 가진 ‘끌림’은 출판사가 랜덤하우스다. 재간행본 출판사가 ‘달’이다. ‘바람’도 ‘달’이다. 시인은 문학동네의 브랜드인 달의 대표다. ‘끌림’ 이후 7년 동안 시인은 한권의 시집 ‘찬란’과 ‘끌림’의 두 번째 이야기인 이 책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펴냈을 뿐이다.

일본 고쇼가와라역 앞의 ‘평범식당’의 평범한 실내 온기와 평범한 주인내외가 차리고 내온 평범한 음식. 빵 반죽을 조금씩 떼어서 다음 반죽에 기억을 넘겨준 백년 전통의 파리 빵집. 시인이 먹고 버린 라면봉지에 콩싹을 틔워 키우는 인도의 불가촉천민. 시인의 숙소 7층까지 인터넷 랜선을 끌어들인 우직한 예멘 청년. 택시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와 반 밖에 받을 수 없다는 루마니아 택시기사. 12 #의 시가 마지막 책장을 덮은 나의 눈가에 오래도록 잔영을 드리웠다.

 

끌리는 것 말고

반대의 것을 보라는 말.

 

시를 버리고 갔다가

시처럼 돌아오라는 말.

 

선배의 그 말을 듣다가

눈이 또 벌게져서 혼났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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