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먼 하늘에서 뭉게구름이 피어오릅니다. 하늘은 파랗고 대기는 투명합니다. 하지만 볏대를 보면 초여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 이삭을 달지 못한 짙푸른 벼가 바람결에 일렁이고 있습니다. 논두렁 제방의 키 낮은 나무너머 바닷물도 하늘빛을 닮았습니다. 작은 등대 뒤 아차도 선착장이 바다에 아랫도리를 담갔습니다. 아차도와 꽃치를 이은 낮고 긴 제방에 띄엄띄엄 소나무가 서있습니다. 인상파 화가의 거친 붓길처럼 뭉게구름이 파란 하늘을 휘저었습니다. 제방 앞에 행정선이 한가롭게 떠 있습니다. 하지만 행정선은 피양을 갔다가 지금 막 돌아와 정박했습니다. 태국의 과일 이름을 가진 제7호 태풍 카눈(KHANUN)이 서해안을 따라 북상한다는 특보가 발효되자, 배들은 강화도의 큰 포구로 피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