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꼬마 태풍이 지나간 자리

대빈창 2012. 7. 23. 06:09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먼 하늘에서 뭉게구름이 피어오릅니다. 하늘은 파랗고 대기는 투명합니다. 하지만 볏대를 보면 초여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 이삭을 달지 못한 짙푸른 벼가 바람결에 일렁이고 있습니다. 논두렁 제방의 키 낮은 나무너머 바닷물도 하늘빛을 닮았습니다. 작은 등대 뒤 아차도 선착장이 바다에 아랫도리를 담갔습니다. 아차도와 꽃치를 이은 낮고 긴 제방에 띄엄띄엄 소나무가 서있습니다. 인상파 화가의 거친 붓길처럼 뭉게구름이 파란 하늘을 휘저었습니다. 제방 앞에 행정선이 한가롭게 떠 있습니다.

하지만 행정선은 피양을 갔다가 지금 막 돌아와 정박했습니다. 태국의 과일 이름을 가진 제7호 태풍 카눈(KHANUN)이 서해안을 따라 북상한다는 특보가 발효되자, 배들은 강화도의 큰 포구로 피양을 갔습니다. 작은 배 선외기는 물량장에 올렸습니다. 물이 많이 밀었을 때 선외기를 선창 위에 묶었습니다. 물이 썰자 선외기는 선창에서 배밑을 드러냈습니다. 지게차로 작은 배들을 하나씩 물량장으로 옮겼습니다. 태풍 카눈은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여 서해 섬들 주민들을 초긴장으로 몰아넣었습니다. 16일 오키나와 동남동 해상에서 발생한 카눈은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다 19일 아침 태안반도 끝자락을 통과해 경기만으로 진입해 강원도를 통과하고 속초 북쪽 바다에서 온대성저기압으로 변했습니다.

서해안을 따라 올라오다 중부 지방을 관통하는 이례적인 진로를 보인 카눈은 다행히 큰 위력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말 그대로 꼬마 태풍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세력이 약했지만 서해안을 따라 올라오면서 지면과의 마찰로 인해 힘이 더욱 빠졌기 때문 입니다. 태풍은 년 중 25개 정도가 발생하는데, 우리나라에는 2 ~ 3개가 큰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꼬마 태풍 카눈은 대기의 혼탁한 먼지와 오염물질을 깨끗이 청소해주었습니다. 여기 주문도는 비가 37mm 밖에 오지 않았습니다. 기상 특보로 꼭두새벽에 일어나 태풍의 진로를 예의주시하던 저는 길게 하품을 합니다. 꼬마 태풍 카눈은 위 이미지처럼 눈맛이 다 시원한 투명한 그림을 우리에게 그려주었습니다. 올 여름 태풍들이 카눈을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부들이 지게차로 선외기를 선창으로 옮깁니다. 물이 밀면 선외기는 다시 물 위에 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