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이미지는 5월 초순경 볼음도에서 찍은 숭어를 말리는 풍경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원지(가숭어)입니다. 경기 지방에서 말하는 원지를 남도에서 숭어라 부르고, 남도에서 말하는 가숭어가 경기 지방에서는 참숭어입니다. 생긴 모양은 비슷한데, 가숭어(원지)는 기름기가 많고 등허리 색이 더 어둡습니다. 뒤로 보이는 논배미에 모가 아직 심겨져 있지 않습니다. 물을 잡아놓고 애벌써레를 하였습니다. 논두렁의 풀색이 짙어갑니다. 섬사람들은 이때 숭어를 사진처럼 널어 말립니다. 파리가 아직 달려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닷고기를 소금에 절여 말릴 때 가장 귀찮은 것이 파리가 달라붙어 쉬를 스는 것입니다. 봄바람에 말라가는 숭어에서 짭조름한 맛이 풍기는 것만 같습니다. 여름한철 밑반찬으로 제격입니다.
요즘 서도 군도(群島) 바다는 금어기(禁漁期)입니다. 연간어획량과 어획물의 크기를 제한하여 어족자원을 보호하려고 구역과 기간을 한정하여 설정합니다. 6. 15 ~ 8. 15일까지 두 달 동안 꽃게의 조업을 금합니다. 그만큼 어족자원의 고갈은 심각합니다. 예전 꽃게는 천덕꾸러기였습니다. 그물을 망치는 잡게로 어부들의 눈에 난 게였습니다. 물때에 맞춰 갯벌에 나가 고기를 주워 담으면서 뻘그물에 뒤엉킨 꽃게를 떼어내 바다에 버릴 수도 없고, 지게로 메고 들어와 퇴비장에 버렸다고 합니다. 꽃게는 밭작물의 거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금값입니다.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는 해산물이 줄면서 꽃게가 대접을 받습니다. 요즘은 꽃게의 사촌뻘인 섬사람들이 바우재로 부르는 돌게마저 없어서 못 팔 지경입니다.
굴, 주꾸미, 농어, 숭어, 가오리, 상합, 가무락, 준치, 밴댕이, 병어, 우럭, 망둥어, 새우, 광어, 새우젓, 바우재, 꽃게 등. 정월부터 순서대로 서도 앞바다에서 잡히는 해산물입니다. 굴은 부녀자들이 물때에 맞춰 죄로 쫍니다. 상합과 가무락은 물이 썰면서 섬사람들이 갯벌을 뒤적거립니다. 주꾸미는 선외기로 소라방을 걷어 올려서 잡습니다. 4개 유인도 전부를 합쳐 어선은 10대도 안됩니다. 주민의 반수가 갯벌에 맨 건강망을 하루 두 번 물때에 맞춰 걷는 맨손어업입니다. 그 유명한 강화밴댕이는 보리를 벨 무렵 그물에 드는데 손으로 셀수 있을 정도입니다. 차라리 병어가 섬사람들의 살림에 도움을 줍니다. 가오리나 준치, 광어는 물복 많은 이라야 한 점 입에 넣을수 있습니다. 어부들이 한탕 꿈꾸는 잡이는 오히려 가을새우젓 입니다.
섬에는 횟집한 곳 없습니다. 어선들은 조업을 마치면 바로 강화도 외포리 어항에 배를 댑니다. 뻘그물에 든 병어, 밴댕이, 농어와 주민들이 잡은 바우재, 소라, 상합, 바지락은 하루 두 번 운행하는 객선을 통해 외포리 물량장에 냅니다. 섬사람들은 그물에 걸린 농어나 숭어, 망둥어를 위 이미지처럼 소금으로 간을 해 말려 반찬으로 먹습니다. 요즘 무더위에 꾸득꾸득 마른 숭어 한 점과 물 말은 찬밥으로 급한 점심을 때웁니다. 논김매기를 하다말고 뻘에 나가야하기 때문입니다. 바닷물이 썰기 시작했습니다. 때를 놓치면 그물에 걸린 고기는 갈매기의 만찬이 되기 일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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