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서해의 작은 외딴 섬 주문도에서 가장 흔하게 눈에 뜨이는 야생동물이 고라니입니다. 고라니는 우제목 사슴과로 몸집이 노루보다 약간 작습니다. 노루와 고라니의 다른 점은 노루의 수컷은 뿔이 있지만 고라니 수컷은 큰 송곳니가 입 밖으로 삐죽 나왔습니다. 고라니 울음은 뼛속까지 울리는 극한의 고통을 나타내는 데시벨입니다. 섬에서 처음 들은 단말마에, 나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덫이나 올가미에 걸려 죽어가는 고라니였습니다. 무지가 빚어 낸 착각이었습니다. 녀석의 울음은 자기 영역을 침범한 다른 고라니를 쫓아내려는 경고음, 암컷 고라니를 향한 구애 세레나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위협 소리라고 합니다. 산책을 나설 때마다 대여섯 마리가 눈에 띄는 고라니는 믿을 수 없게,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