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미륵 지은이 : 요헬 힐트만 옮긴이 : 이경재·위상복·김경연 펴낸곳 : 학고재 지금 이 순간, 지친 나의 모습이 망막 한구석에 비쳤다. 나주시외버스터미널의 운주사행 버스는 발이 묶여 있었다. 9월초, 남도의 한낮은 염천이 무엇인지 가리켰다. 다시 광주터미널에 도착했다. 초록의 물결이 굽이치는 들판 외딴 곳에 나를 내려놓고 버스는 꽁무니의 매연을 매단 채 종점을 향해 달아났다. 운주사 입구까지 500여 미터를 걸었다. 배낭을 멘 폭염의 행군이었다. 운주사 천불천탑은 얕은 골짜기에 있었다. 석탑 12기와 석불 70여기, 새로 절집을 지을 건물부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운주사의 불상들은 제멋대로 생겼다. 못난 불상들이 가족처럼 바위절벽에 등을 기대었고, 돌무지 사이에 아무렇게 누워 있었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