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숙 선생 3

김남주 평전

책이름 : 김남주 평전 지은이 : 김삼웅 펴낸곳 : 꽃자리 반짝반짝 하늘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저녁 / 나는 자식 놈을 데불고 고향의 들길을 걷고 있었다 // 아빠 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뎅이로 하지? / 이제 갓 네 살 먹은 아이가 하는 말을 어이없이 듣고 나서 / 나는 야릇한 예감이 들어 주위를 한번 쓰윽 훑어 보았다 / 저만큼 고추밭에서 / 아낙 셋이 하얗게 엉덩이를 까놓고 천연스럽게 뒤를 / 보고 있었다 //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 / 산마루에 걸린 초승달이 입이 귀밑까지 째지도록 웃고 있었다 시인의 마지막 시 「추석 무렵」(19 - 20쪽)의 전문이다. 김남주(1946 - 1994) 시인이 저 세상으로 떠난 지 25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들 토일이가 어느새 이립(而立)..

빈 들에 나무를 심다

책이름 : 빈 들에 나무를 심다 지은이 : 박광숙 펴낸곳 : 푸른숲 79년 남민전 사건으로 구속된 김남주 시인은 10년 만에 가출옥으로 88년 12월 출소했다.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세월 속에 옥바라지를 해왔던 동지 박광숙 선생과 결혼했다. 아들 토일이가 태어났다. 고난의 굴레를 벗어나 시인 가족은 강화에서 텃밭을 일구며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안타깝게 출소 4년 만에 시인은 힘겨운 투병생활을 뒤로하고 생을 마감했다. 시인을 허망하게 떠나보내고, 강화 옛집에 내려와 아들 토일이와 함께 살아 온 삶의 궤적을 선생은 『빈 들에 나무를 심다』에 담았다. IMF의 충격으로 구조조정, 명예퇴직으로 100만 이상의 실업자와 노숙자를 거리에 넘쳐나게 만들던 시절이었다. 국어교사였던 선생은 텃밭 농사를 지으며 완전한..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책이름 :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지은이 : 브레히트·아라공·마야콥스키·하이네옮긴이 : 김남주펴낸곳 : 푸른숲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80년대가 저물어갈 즈음 하숙방에 시인의 초창기 시집 두 권이 있었다. 『나의 칼 나의 피』(인동, 1987), 『조국은 하나다』(남풍, 1988). 그 시절 혁명시인은 1979년 10월 초순 남민전 준비위원회 조직원으로 15년형을 언도받고 징역을 살고 있었다. 1987년 6월 대항쟁은 전두환의 모든 개헌 논의를 금지하는 4·13 호헌조치에서 불꽃이 튀겼다. 문인협회(이사장 소설가 김동리)는 4·13 호헌조치 지지성명을 냈다. 이 땅의 순수(?) 문학을 추구한다는 이들의 추한 몰골이었다. 치욕적 모멸감에 신문기사와 김남주의 시 「개새끼들」를 확대 복사하여 어둠을 틈타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