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내가 열아홉이라면 저 투명한 날개를 / 망에서 떼어내 바람 속으로 되돌릴 수 있겠지 / 적어도 스물아홉, 서른아홉이라면 짐짓 / 몸 전체로 망을 밀고 가도 좋을 게다 / 그러나 나는 지금 마흔아홉 / 홀로 망을 짜던 거미의 마음을 엿볼 나이 / 지금 흔들리는 건 가을 거미의 외로움임을 안다 / 캄캄함 뱃속, 들끓는 열망을 바로 지금, 부신 햇살 속에 / 저토록 살아 꿈틀대는 걸로 바꿔놓고자 / 밤을 지새운 거미, 필사의 그물짜기를 나는 안다 / 이제 곧 겨울이 잇대 올 것이다. 시인 이면우의 「거미」(『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창비) 2연이다. 1연은 아침이슬 반짝이는 오솔길을 걷던 시인은 고추잠자리가 걸린 거미줄을 만났다. 3연은 고추잠자리로 다가가는 거미, 시인은 허리를 굽혀 거미줄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