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3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책이름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지은이 : 박준펴낸곳 : 문학과지성사늘어난 옷섶을 만지는 것으로 생각의 끝을 가두어도 좋았다 눈이 바람 위로 내리고 다시 그 눈 위로 옥양목 같은 빛이 기우는 연안의 광경을 보다 보면 인연보다는 우연으로 소란했던 당신과의 하늘을 그려보는 일도 그리 낯설지 않았다시집을 닫는 마지막 시 「세상 끝 등대 3」(94쪽)의 전문이다. 시 제목이 낯이 익었다. 앉은뱅이책상에서 일어나 책장으로 다가갔다. 시인의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2012)를 펼쳤다. 그렇다. 첫 시집의 마지막 두 번째 시는 「세상 끝 등대 1」로 당신과의 ‘연안(沿岸)’에서의 추억을 회상하고, 마지막 시 「세상 끝 등대 2」은 속옷 바람으로 방문을 연 젊은 여..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책이름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지은이 : 박준 펴낸곳 : 난다 시인은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2012)와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난다, 2017)으로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올라섰다. 시집은 11만부, 산문집은 16만부가 팔렸다. 책 안 읽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 땅에서 대단한 승전보(?)였다. 6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문학과지성사, 2018)를 예약판매로 급하게 손에 넣었으나 여적 책장에 잠들어있다. 시인이 낸 3권의 책은 모두 표제가 길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의 상징은 표지그림이다. 최아름의 시인의 컷은 누가 뭐래도 귀공자 상이었다. 너무 곱상하여 손에..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책이름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지은이 : 박준펴낸곳 : 문학동네 〈문학동네 시인선〉은 연륜이 짧다. 〈창비 시선〉, 〈문학과지성 시인선〉, 〈실천문학의 시집〉, 〈민음의 시〉는 수백 권이 쌓였는데, 이 시집은 문학동네의 32번째 시집이다. 시리즈의 표지 디자인은 단순한 원색인데, 이번 시집은 갈색이다. 요즘 시집을 즐겨 잡고 있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시인선이다. 정성을 기울인 시집의 장정 때문이다. 사철방식은 손으로 실을 꿰맨 옛 서책을 따랐고, 본문의 종이는 습자지처럼 반투명하다. 내가 잡은 시인선으로 세 번째다. 앞선 두 권은 시인선 1 - 『아메바』와 5 - 『방독면』으로 일반 시집보다 판형이 두 배 큰 특별판이었다. 소설책보다 큰 시집은 가로로 눕혀 아래에서 위로 시집을 넘겨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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