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산 3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

책이름 :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지은이 : 백무산펴낸곳 : 창비 ‘열번째 시집이다. 여전히 나는 첫 시집을 내던 그곳과 다름없는 공간에 머물러 있다.’ ∣시인의 말∣의 시작이다. 그렇다면 나의 시인에 대한 미안함이 조금은 보상받을지도 모르겠다. 첫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1988),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1990), 『인간의 시간』(1996). 내가 잡은 시인의 책들은 80년대 말․90년대 초의 세권의 시집이었다. 시인은 1984년 무크지 『민중시』를 통해 등단한 이래, 노동자들의 삶과 의식을 대변한 노동자 시인이었다. 그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주도한 울산 대공장의 노동자였다. 그 시절 안산공단의 공장노동자였던 나는, 그의 시집을 잡으며 노동해방을 꿈꾸었다. 이후 그의 詩는 자본주의..

만국의 노동자여

책이름 : 만국의 노동자여 지은이 : 백무산 펴낸곳 : 실천문학사 지난 30년간 한국 경제를 떠받친 산업은 조선업이었다. 2010년 국내 선박해양구조물 수출은 전체 수출의 10.5%를 차지했다. 그때 조선업계는 선박을 넘어 해상 석유탐사시추시설까지 뛰어들었다. 그런데 지금 신규 물량수주가 없다. 조선 빅3에서 울산의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자리 잡은 거제는 불황을 모르는 도시에서 유령도시의 전락을 걱정할 지경이 되었다. 불과 5년 전만해도 최고의 시절을 구가하던 조선업이 제2의 IMF사태 뇌관으로 추락했다. 노동자 대량해고라는 칼바람이 불고 있다. 거제시를 고용재난특별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촉구하는 작금의 사태를 지켜보며 나는 백무산의 연작시 「지옥선」을 떠올렸다. 기억이 또렷하다...

인간의 시간

책이름 : 인간의 시간지은이 : 백무산펴낸곳 : 창작과비평사 내 하루의 하늘이 손바닥만한 창살인데/쇠창살에 앉아 날개 쉬는 부리가 붉은 새여 새여/역광을 받은 네 날개짓이 눈부시구나/얼마를 싸워서 이긴 자유이기에/부리가 그토록 붉고 붉은가  ‘부리가 붉은 새(20 ~ 21쪽)’의 마지막 연이다. 3부에 나눠 실린 65편의 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끌었다. 표지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남궁산의 목판화가 새삼스럽다. 붉은 부리의 검은 새가 조롱 속의 횟대에 올라 노래하고 있다. 17년 만에 시집을 다시 들추었다. 흰 표지와 책술은 완연하게 누렇다. 1996년의 늦여름. 나는 인천 십정동의 작은 형이 몸담고 있는 도금공장을 나와 뙤약볕이 지글거리는 아스팔트를 걸어 동암역에 닿았다. 작은 형은 여적 그 공장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