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절기는 밤에 기온이 떨어져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의 계절 상강霜降을 지나, 겨울 동안 먹을 김치를 담그는 김장을 하는 입동立冬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침 산책은 점퍼를 거칠 정도로 날이 쌀쌀해졌다. 서해의 작은 외딴 섬은 해양성기후로 일교차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대빈창 해변 바위벼랑 반환점을 돌아 해송 숲을 빠져나와 봉구산정을 바라보며 옛길에 올랐다. 사흘 연속 눈에 띄었다. 밤새 기온이 많이 내려가 녀석은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몸을 덥히고 있었다. 나는 발을 굴러 길가 풀숲으로 쫓았다. 녀석은 귀찮다는 듯이 서서히 몸을 미끄러뜨렸다. 뜸한 차량 통행이지만 녀석을 구해주고 싶었다. 표준어로 무자치, 흔히 물뱀으로 불렀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김포에서는 ‘무사추리’였다. 어릴 적 학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