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절기는 밤에 기온이 떨어져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의 계절 상강霜降을 지나, 겨울 동안 먹을 김치를 담그는 김장을 하는 입동立冬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침 산책은 점퍼를 거칠 정도로 날이 쌀쌀해졌다. 서해의 작은 외딴 섬은 해양성기후로 일교차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대빈창 해변 바위벼랑 반환점을 돌아 해송 숲을 빠져나와 봉구산정을 바라보며 옛길에 올랐다.
사흘 연속 눈에 띄었다. 밤새 기온이 많이 내려가 녀석은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몸을 덥히고 있었다. 나는 발을 굴러 길가 풀숲으로 쫓았다. 녀석은 귀찮다는 듯이 서서히 몸을 미끄러뜨렸다. 뜸한 차량 통행이지만 녀석을 구해주고 싶었다. 표준어로 무자치, 흔히 물뱀으로 불렀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김포에서는 ‘무사추리’였다. 어릴 적 학교가 파하면 꼬맹이들은 삼태기채와 양동이를 들고 들녘으로 향했다. 드넓은 김포벌판에 수로가 모세혈관처럼 뻗어있었다. 십여 미터 저쪽에 채를 물에 담그고, 첨벙거리며 물고기를 몰았다.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삼태기 채를 들어 올리다, 우리는 혼비백산 줄행랑을 놓았다. 무사추리가 채 안에서 몸을 비틀고 있었다.
무자치(Elaphe rufodorsata)는 난태생으로 독이 없으며 주로 논이나 습지, 물가에 많이 서식했다. 먹이는 개구리였다. 무자치는 뱀 속의 다른 종들과 유전적 차이로 별개의 집단으로 분류되고 있다. 독이 없어서 그런지 나는 나이가 들면서 무자치를 만나도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녀석들은 도망치기에 바빴다. 나의 블로그 〈daebinchang〉의 「섬칫하다」 1․2에서 살모사와 유혈목이(화사)를 소개했다. 전혀 섬칫하지 않은 녀석은 시리즈 3이 아닌 도마뱀처럼 ‘만났다’로 소개했다.
벌써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시절, 나는 관음도량 보문사로 유명한 석모도에 있었다. 땅꾼 동생을 사귀면서 특별하다는 뱀탕을 맛보았다. 하얀 사발에 담긴 액체는 고려청자 비색을 띠었다. 기름 몇 방울이 반투명 액체 위에 떠있었다. 그가 왕소금 몇 알을 떨어뜨렸다. 어서 들이키라고 재촉하며 말했다. “맹독성 살모사로만 끓인 것은 맹탕이다. 꼭 물뱀이 들어가야 뱀탕의 효능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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