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서해의 작은 외딴 섬 주문도는 밤낮을 가리지않고 고라니의 고통스런 울부짖음이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나는 그때마다 두 귀를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뼛속마저 울리는 극한의 고통스런 울음은 듣는 이를 깊은 슬픔에 잠기게 했다. 녀석은 목을 파고드는 올가미나 발목을 조여드는 덫에 피를 흘리며 순한 눈동자에 가득 눈물을 머금었을 것이다. 나는 니빠로 철사를 끊거나 빠루로 덫의 아가리를 벌리는 공상에 빠져들었다. 모르는 이의 근심과 걱정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환경운동하는 작가’ 최성각의 산문집 『산들바람 산들 분다』(오월의봄, 2021)를 읽고 나의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고라니의 고통스런 울부짖음은 죽음을 앞둔 단말마의 비명이 아니었다. 암컷에게 알리는 번식기의 수컷 울음소리였다. 어째 순하디순한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