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담장을 허물다 지은이 : 공광규 펴낸곳 : 창비 강물은 몸에 /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 모래밭은 몸에 /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 새들은 지문 위에 /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 그래서 강은 수천 리 화선지인데 / 수만 리 비단인데 /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 얼굴을 고치며 가는 수억 장 거울인데 / 갈대들이 하루 종일 시를 쓰는 / 수십억 장 원고지인데 /그걸 어쩌겠다고? / 쇠붙이와 기계 소리에 놀라서 / 파랗게 질린 강. 「놀란 강」의 전문이다. 가끔 눈동냥하는 환경단체 사이트의 게시판에 올라 온 시를 접하고 시인을 찾았다.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말똥 한 덩이』(실천문학사, 2008)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