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당 2

뒷집 새끼 고양이 - 41

차안 조수석 발치에서 흰순이가 겁먹은 눈길로 올려다보았다. 녀석은 열흘 전, 아침 7:30분 주문도 느리항을 출항한 삼보12호에 승선했다. 중성화수술을 받으러 읍내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흰순이의 어미 노순이는 무려 열 배를 출산했다. 흰순이가 마지막으로 태어났다. 차편이 없는 뒷집 형수는 흰순이의 수술을 나에게 부탁했다. 이른 새벽, 사료를 놔주는 저온저장고 입구 간이창고에 들어서자 노랑이가 부리나케 뛰어왔다. 뒤따라오는 흰순이를 붙잡아 전날 준비한, 직접 만든 포획틀에 가두었다. 7개월 만에 자유를 잃은 새끼 고양이는 공처럼 위로 튀어 올랐다. 갇힌 흰순이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9시30분이 지나서 동물병원에 도착했다. 오랜만의 뭍 외출이었다. 이일저일 치르고 11시에 흰순이를 보았다. 녀석은 눈을 ..

진돌이는 고집이 세다.

진돌이가 세 살이 되었습니다. 헛나이를 먹었습니다. 작은 형이 아는 이한테서 거저 얻은 진돗개 트기인 진돌이는 재작년 동짓달에 우리 식구가 되었습니다.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섬에 들어 온 강아지가 가여웠습니다. 섬에 터를 잡고 다섯 번째 개인 진돌이는 수놈이었습니다. 대빈창 해변으로 향하는 고갯길에 앉은 집은 바람꼬지였습니다. 겨울 바닷바람에 강아지를 한데서 키울 수 없었습니다. 진돌이는 임시방편으로 아궁이 불을 때는 봉당에 살게 되었습니다. 보일러의 온수호스가 봉당에서 각 방으로 연결되어 항상 온기가 훈훈했습니다. 미닫이로 굳게 잠긴 봉당에서 똥오줌을 가릴 줄 모르는 강아지는 바닥에 그대로 일을 보았습니다. 아침이면 어머니와 나는 번갈아가며 아궁이의 재를 부삽에 담아 진돌이의 배설물을 뒤처리했습니다...